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사소한 변화가 만든 작은 기적

by 가온결

스무 번째 기록을 쓰는 오늘,

처음 연년생 육아의 풍경을 남기고 싶어

적기 시작했던 마음이 떠오른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아이와 나, 가족 모두가 함께 변해온

과정을 담아낸 여정이었다.

부모상담을 시작했을 때는 아이들을 위한

시간이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곧 알았다.

그것은 나 자신을 비추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의 말투와 태도가 아이에게 어떤 상처로

남았을지 돌아보며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역지사지라는 말은 그제야 가슴 깊이 와닿았다.



첫째는 상담실에서 선생님과 보드게임을 하며 조금씩 달라졌다. 질문에 대답을 하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낯설었던 공간에

안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음이 풀리자 학교생활도 눈에 띄게 나아졌다. 6학년 2학기, 예전보다 자신감 있게 교실에 들어가고, 친구와도 잘 어울렸다.

안정을 되찾아가는 아이의 모습은 부모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반면 둘째는 하교 후 연락 두절이 일상이었다.

전화기를 꺼놓고, 집에 돌아오라는 말도 듣지 않았다. 친구들과 노는 즐거움에 빠져 엄마의

속은 타들어갔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그것 또한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과정이었음을.


모든 변화는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둘째를

통해 배웠다. 부모상담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

역시 기다림이었다. 아침마다 5분, 10분씩 벌어지던 등교 전쟁이 조금씩 사라졌다.


나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지켜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아이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학교에 입학한 첫째는 이제 학원이나 학교에

갈 때 내가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제시간에

준비해 나갔다. 억지로 끌어내던 시절이 지나고, 자발적 습관이 자리 잡았다.


아이의 성장은 부모가 조급히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다려줄 때,

스스로 깨닫고 움직일 때 변화가 찾아왔다.

그 과정에서 부모 역시 함께 배운다. 완벽한

부모는 없었다. 여전히 우리는 미숙하고,

언제 또 폭풍 같은 시기가 찾아올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함께 버티고, 함께 변하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돌이켜보면 연년생 육아는 쉼 없는 파도였다. 울음과 웃음이 매일 교차했고, 서로를 원망하며 등을 돌리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을 지나 보니 분명한 건 하나다.

금쪽같은 두 아이에 대한 사랑은

언제나 변함없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간다는 건 끝없이 흔들리면서도 결국 다시 웃게 되는 일이다. 아이들의 성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부모인 우리도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완성형 부모는 없지만, 조금씩 더 나아지려는 마음이 가족을 단단히 붙잡아준다.


허니문으로 시작했던 이야기는 연년생 육아의 소용돌이와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아이들은 어느덧 자라 중학생이 되었고, 우리도 그만큼 단단해졌다.


이 글은 여기서 마무리되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도 수많은 날들이 우리를 흔들겠지만, 사랑은 여전히 우리를 묶어줄 것이다.

허니문은 끝났지만, 연년생과 함께한 오늘은

내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이었다. 끝까지 함께해 준 당신께 고맙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의 삶 속에도 작은 위로로 남기를 바란다.

keyword
이전 19화아이와 함께 천천히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