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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Dec 24. 2024

스물하나

너에게도 숨겨버린 날

그렇게 다음 날이 되고 드디어 레스토랑이 열렸다. 지금까지 쌓아오던 고생들을 현재 지금 끌어모아 펼칠 때가 된 것이다. 시작을 하기 전 불안한 마음에 확인을 했을 때는 분명 별 다른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순탄하게 일이 흘러갔던 탓이었을까? 서비스를 준비하던 친구들이 긴장을 해서 똑바로 하지 못 했기에 계속해서 문제가 생겼다. 심지어 당일날 학교를 나올 거라 믿었지만 나오지 않고 잠수를 탄 친구도 있었기에 다들 그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허겁지겁 움직이느라 실수도 많았다. 너무 속상했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일들을 꾹 참아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힘든 마음이 물밀려 오듯이 밀려오며 속상하다가도 점차 화가 났다. 처음에 속상한 감정들이 화로 바뀌기 시작했고 그 화를 꾹 누르기 위해 아무도 없는 조리실로 조용히 혼자 들어가 맨바닥에 쭈그려 앉아 화를 참았다. 화가 엄청나게 나버렸어도 그 당시 상황에서는 계속해서 서비스는 나가야 했기에 참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그냥 꾹 눌러 담았다. 여기서 화를 내고 소리를 쳐봤자 애들은 더 허둥지둥할 테니 참자는 마음으로 심호흡을 했다. 앉아서 심호흡을 한참동안 했기에 화가 가라앉았다. 화가 가라앉으며 문득 네가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널 떠올리며 생각했다. 네가 만약 내 옆에 있었다면 넌 날 따라와 달래줬을 텐데 왜 내가 지금 너 없이 혼자 이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며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네가 없다는 사실은 진작에 알고 있지만 화가 가라앉으니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점점 서러워졌다. 서러워도 울음을 참았다. 현재 지금 여기서 울다 발견되는 것만큼 쪽팔린 건 없을 테니까 참았다. 현재 들고 있는 그런 감정도 마음도 눈을 감으며 그저 꾹 눌러버렸다. 한참 동안 홀로 있다 충분히 진정이 되고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향해 가보니 어느새 끝이 나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마무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지금까지 해 온 모든 것들이 너무 허무해졌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나로서는 현재 이 상황들과 친구들을  도무지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완벽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 너무나도 나에게 괴로운 마음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흐지부지 마무리를 하고 나서 계속해서 마음고생을 한참동안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빠르게 시간이 지나 네 기일이 다가왔다. 평소와 비슷하게 책상에 앉아 편지를 꺼내서 네게 하고 싶은 말을 써 내려갔다. 최근에 있던 일들을 다시 꺼내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부족한 탓인 것만 같은데 취업을 해도 되는 건가라고 생각하던 내 생각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내가 지금 이 실력으로는 어딜 들어가도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내용이었다. 어쩌다 보니 네게 나의 고민과 신세한탄만 털어놓은 기분에 편지를 구겨 던져버렸다. 네게 이러는 내가 답답한 마음에 주먹으로 다리를 내려쳐버리고선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편지를 꺼내 네게 편지를 써 내려갔다. 그렇게 편지의 내용에는 그저 나의 평범한 일상들이 쓰여간다. 너에게만큼은 날 숨기고 싶지 않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나를 숨기고 싶었다. 계속해서 걱정해 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널 그리워하기에는 내가 너무 무너져있었으니까 그냥 숨겼다. 그렇게 그냥 남들이 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네게 써서 보낸다. 문득 실제로는 너 없이 이런 일상을 보낸다는 게 나는 너무 괴로운데 아닌척하고 그런 평범한 일상을 네게 쓴다는 것이 참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게 참 아이러니했다. 머리를 흔들며 잡생각을 잠시 뒤로하고선 편지를 봉투에 담고 이불 위에 누워버렸다. 홀로 누워있는 이곳이 외롭다. 네가 없어 공허한 마음을 아무도 모르게 나 홀로 서러워하고 널 그리워하고 널 곱씹는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나도 외롭게 만든다. 결국 다시 원점이다. 널 그리워하기에는 내가 너무 무너져있음에도 널 내 생각 속에서 끄집어내 그리워한다. 다리를 쳐다보니 어느새 까만 멍이 들어있었다. 새까만 멍보다 마음이 더 아파 아픈지도 모르겠다. 멍이 조금씩 빠져갈 때쯤 남자친구와 함께 네가 머물러있는 지역으로 놀러 가게 되었다. 차를 한참 동안 타고 가며 계속해서 네 생각에 빠져 오만 잡생각에 빠져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네가 있는 곳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네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음에도 널 보러 가지 못한다는 게 이상하다. 애써 널 묻어두고 한참을 놀다가 해가 지려할 때쯤 집에 돌아가기 직전 결국 남자친구에게는 네 얘기를 흘렸다. 그냥 앞뒤 두서도 하나 없이 여기 있는 친구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하자 그 친구가 여기 살고 있냐는 말과 함께 보러 가자는 말을 하는 남자친구에게는 괜찮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버렸다. 날 항상 먼저 배려해 주는 남자친구를 뒤로 하고 해가 지는 걸 쳐다보며 생각한다. 나는 널 보러 들어갈 용기가 아직 없다. 네게 가봤자 어디에도 없는 널 볼 자신도 네 앞에서 울지 않을 자신도 없었기에 그냥 내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도망쳐버렸다. 남자친구를 보내고선 자취방에 들어가 책상에 앉아 네게 편지를 눌러쓴다. 네게 못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을 눌러쓴다. 눌러쓰며 감정을 눌러보려 했지만 꾹꾹 눌려진 볼펜자국과는 반대로 결국 울어버렸다. 스물하나의 나도 그냥 지금까지의 나는 여전히 네가 그리운데 너는 어디에도 없다. 네가 보고 싶다. 오지 못할 네가 내 옆으로 당장 달려와서 달래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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