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언제부터였을까

나를 “I”로 만든 건

by 이안


나는 분명 ENFP였다.

열정으로 가득 찼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열 줄 알았고,

낯선 곳에서도 나를 감췄던 적 없었던.


어디든 내가 있으면 조금은 더

웃음이 피어나던,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내가 말하기 전,

사람들의 눈빛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웃기 전에

“이 말해도 괜찮을까?” 생각하게 됐고

다가가기 전에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도대체 뭐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걸까.


아마 그건

내가 너무 많이 꾹꾹 눌러왔던

시간들 때문일까.


나는 늘 ‘괜찮아’ 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사실 무너지고 싶은 날도

“힘들어” 말하면 민폐 같아서 참았다.


웃어야 사랑받는다고 믿었던 시절이

나를 점점 더 안으로 숨게 만들진 않았을까.


사회는 그렇다.

“적당히 튀어야 하고,

적당히 참아야 하고,

적당히 포기해야 한다.”


근데 그 ‘적당히’가

나한텐 너무 아프고 무거웠다.


감정이 많고, 표현이 풍부하다는 건

여기선 너무 쉽게 ‘유난’이 되고,

‘과해’ 보이는 일이었으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내 마음을 꺼낼 수 없는 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서서히,

내 안의 “E”는 작아지고

“I”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조용히 있는 게 편해.”

“괜히 나섰다가 상처받지 마.”

“이제는 네가 누군지 아무도 궁금하지 않아.”


그런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이제는 웃는 것도, 말하는 것도

예전만큼 쉽지가 않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 ENFP였던 내가 그립다.


순수하게 웃고

말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사람,

그런 나였는데.


이제 와서 생각한다.

나는 ‘I’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안전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구나.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누구한테도 내 감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나를 바꾼 게 아닐까.


그래서 지금의 나는

조금 소심해졌고,

조금 더 조용해졌다.


나를 ‘I’로 만든 건 세상이었다.

다시 ‘E’를 꺼낼 수 있을까.


글을 쓰는 지금은 내게 잠깐 쉼터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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