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비하인드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고, 돈을 잘 벌고 싶다.
연봉이 높은 직업을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에어라인 조종사는 근로소득자 중 상당히 높은 급여를 받는 편이다. 회사마다, 기종마다, 심지어 스케줄마다 급여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긴 어렵겠지만, 저비용항공사에 근무하는 초임부기장도 1억이 넘는 연봉으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다. 이는 2022년 국세청 자료 기준으로 근로소득자 상위 7%에 해당한다.
20대, 30대에 초봉으로 1억이 넘는 직업은 전문직이 아니라면 거의 없을 것이다.
이 글의 대상은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본인이 직접 일을 하면서 교육비를 모아 비행유학을 가는 경우에 해당한다.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충분히 받는 사람이나, 군에서 비행교육을 받는 사람은 돈을 모으기 위해 다른 직업을 갖고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제외하겠다. 그런데, 군조종사도 봉급이 적지 않은 편이긴 하지만, 돈 때문에 군조종사를 선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왜 돈만 보고 선택하지 말라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기회비용이 매우 큰 도전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서 설명을 해보겠다.
직장인 A 씨는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26세에 취업을 성공하였다. 높은 연봉을 위해 조종사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알뜰하게 저축하여 31세에 약 1.5억원의 비행교육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
A 씨는 미국으로 넘어가서 18개월 만에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300시간의 비행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면장전환(미국 FAA자격증을 한국 ICAO자격증으로 전환하는 교육과정)교육을 진행하였으며, KAC에서 제트비행전환과정까지 수료하였다. 항공사에 지원이 가능한 자격을 모두 갖춘 그는 33세가 되었다.
마침 저비용항공사에서 공채가 열렸고, 약 3개월의 채용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신입부기장 전형에 합격할 수 있었다! 제트레이팅 자격을 갖고 있는 A 씨는 바로 교육에 입과 하였으며, 6개월의 훈련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부기장으로 임명 되었다. 이제 A 씨는 34세가 되었으며, 본격적인 라인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34세의 조종사 A 씨는 연봉이 1억이지만 통장잔고는 0원이다. 새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입사동기들은 9년 차가 되었으며, 진급도 하고 착실하게 저금도 하고 투자도 하면서 성장 중이다. 대기업 입사동기들의 급여도 생각보다 높았는데, 이들의 자산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아무리 빨라도 15년 이상 걸릴 것 같다.
가상인물 A 씨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여 비행유학을 다녀와 조종사가 된 전형적인 케이스다. 학력도 부족하지 않고, 대기업에서 높은 급여로 빨리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비행교육도 한 번의 지체도 없이, 채용과 훈련도 모두 순탄하게 흘렀음에도 그는 34세에 조종사가 되었다. 이렇게 이상적인 과정을 거쳐 조종사가 된 그에게, 돈만 바라본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코로나를 거치면서 대기업의 급여는 생각보다 높아졌고, 조종사는 상대적으로 성과급도 거의 없고 기장으로 승격한다고 해도 급여의 상승이 많지 않다. 내가 상담을 해온 많은 일반인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증권사 등 높은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이었다. 급여가 높지 않은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상황은 더 안 좋은데, 비행교육 자금을 모으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만큼 취업도 늦어지고 도전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위의 예시는 한 번도 교육과정의 지체 없이 취업을 성공한 케이스이지만, 현실을 그렇게 녹록지 않다.
비행학교, 기상, 체커, 기량 등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목표기간 내에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어렵고, 원하는 시기에 면장전환이나 KAC 제트비행전환과정을 수료하는 것도 결코 만만치 않다. 채용공고도 자주 뜨지 않는데, 그마저도 여러 차례 실패하고 입사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잘 풀린 친구들도 보통 1년 이상 비행낭인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 전 활발하게 채용을 하였던 시기가 있었다. 자격만 갖추면 다 들어간다고 너도 나도 준비하던 그 시절에도 경쟁률은 10대 1을 넘었다. 합격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으니 경쟁률이 낮았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때부터 누적된 비행낭인은 매년 수백 명씩 쌓이고 있다. 군조종사도 합격하지 못해 군에 남거나 여러 번 지원하고 있으며, 10개의 항공운항학과에서 사업용 조종사 자격을 갖춘 이들이 채용시장에 나오고 있다.
이 글을 읽었음에도, 돈만 보고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억대의 교육비를 투자하고 몇 년간 교육받아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시 이 자격증으로 공채에 도전해야 하는 직업은 조종사 말고 또 있는지 모르겠다. 조종사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에어라인 조종사가 아니면 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취업할 곳이 마땅히 없기 때문에 항공사에 취업하지 못했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나 크다.
그렇기 때문에, 연봉만 보고 준비하기엔 그 리스크가 크다고 말하는 것이며, 차라리 대기업 공채를 준비하는 것이 안정적이고 자산을 증식하는 측면에서도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주변인 중에는 실제로 대기업, 은행, 증권사 등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에어라인에 와서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다. 에어라인에 근무하면서 폐쇄적인 근무환경이나 밤샘, 시차, 등 여러 가지 적응하지 못해 퇴사한 케이스도 있다. 조종사로 근무하면서 직업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으며, 약 30여 년 가까이 조종석 내에서 일해야 하는 것이 고달파질 수 있다.
조종사는 분명히 좋은 직업은 맞다. 하지만 돈만 보고 도전하지 말고, 근무환경이나 라이프스타일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