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욕지도 바닷가 메밀잣밤나무 숲 그늘 아래
해삼, 멍게, 전복 이외에도 온갖 크고 작은 물고기들 북새통을 이룬다
평생 큰소리 한 번 못 치던
이름 모를 작은 물고기 숨어든다.
비루한 알몸 당당히 드러내고 사랑을 한다.
가장 깊은 어둠 속 알을 숨기고
어둠에 등 기대어 움츠렸던 지느러미
상어처럼 펼친다.
모래내시장 천막 아래
평생 남의 무릎 밑으로 굼벵이처럼 기어다니는 사내 숨어든다.
배 밑에 바퀴 달린 판자 깔고
잘린 다리에 먹장 같은 고무판을 씌운
소쿠리 앞에 놓고 찬송가 음악 속 행진을 한다.
나물 파는 할머니, 뻥튀기 아저씨
누구 하나 밀어내지 않는
강 같은 평화 흘러넘치는
빛보다 찬란한 그늘 속 세상
* 어부림 : 그늘을 좋아하는 물고기 떼를 끌어들이기 위해 바닷가나 강가 등지에 나무를 심어 이룬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