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장애인 여행 캠프에 워커로 가다(13)
쿤터분트 캠프에 다녀온 것에 관해 설명할 때마다, ‘장애인분들과 여행’이라고 말했다. 그건 너무 부족한 설명이라 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다채로운 여름의 장면과 그들의 웃음이 하나도 연상되지 않고 무언가 봉사라는 딱딱한 단어만 남은 말이었다. 후베아트, 비어기트 할머니, 야스민 등 함께 했던 그들을 그저 ‘장애인’이라는 말로 뭉뚱그리기에는 너무 많은 특색, 너무 많은 성격, 너무 많은 역사가 있었다.
사실 난 그들이 가진 장애의 명칭을 하나도 몰랐다. 그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 질문이 많은 사람, 적극적인 사람, 조용히 따라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독일어를 잘 못 하는 사람, 배나 트랙터 등의 탈 것을 좋아하는 사람,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 등이었다. 나는 어떤 자격시험도 없이 그곳에 갔다. 관련 경험이나 배운 것이 없다고 걱정하던 내게, 준비는 할 수도 없으며 필요하지도 않다는 소피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사람을 만나는 데에는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 그들은 이미 성인이었고 우리는 그냥 서로를 알아가기만 하면 됐다.
새로운 경험을 하면 우리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있던 곳에서 아주 멀리까지 갔던 이 소중한 경험이 내게 어떻게 벌어지게 되었는 지, 뿌듯하고 감사하고 놀라워서 자주 되짚어보았다. 다른 사람의 삶을 궁금해했고, 그걸 말했고, 연락을 했고, 지금, 이렇게, 갑자기 기회가 다가왔고, 그걸 잡기로 했다. 캠프에 갈지 말지 고민할 때, 꼭 지금 가지 않아도 다시 기회가 올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때의 알파카 농장 이후로 또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다. 다른 캠프에 가고 싶다고 그들의 공지에 꾸준히 답장 메일을 보냈지만 한번도 내게 답이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12월이 되어서야 다시 한번 쿤터분트에 갈 기회를 얻는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삶이 있고 내게도 그것들을 전부 탐험할 가능성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말 내게 먼저 다가오고 나의 것이 되는 기회와 경험들이 그리 많지 않다. 이론적으로 우리는 세상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지만 정말로 나와 인연이 되는 사람은 손에 꼽는 것처럼. 그래서 구체적인 형태로 내게 도래한 기회가 있다면, 인연이 되는 일은 최대한 잡는 편이 좋다. 지금 이렇게 갑자기.
그 기회가 왔을 때 거침없이 활짝 문을 열어젖히는 사람까지는 되지 않아도 된다. 새로운 경험을 할 때 꼭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새로운 자아를 꾸며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겁이 많다면 많이 긴장하고 응원을 구하고 일기장 몇 권이나 마음을 기댈 작은 인형을 챙기고 가방끈을 꽉 잡고 아주 슬그머니 살금살금 들어가면 된다. 눈에 많이 띄지는 않기를 바라고 앞사람의 그림자에 가리기를 내심 바라면서 그렇게 들어가도 된다. 그곳에 분명 마음에 드는 사람이나 풍경이, 아니면 의자라도 있을 것이다. 그곳에 마음을 두고 조금씩 움직이면 된다. 도전은 용감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다. 아무나 도전을 한다. 그때 그는 잠깐 용감한 사람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