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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영 Apr 04. 2024

예민함

출처: pinterest

진료 시간에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근데 참 자영씨가 캐치를 잘하죠. 기류나 무드나 뉘앙스, 그런 것들을요. 우리 사이에서 흐르는 분위기나 감정들도 잘 캐치하시는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과 나 사이의 치료관계가 주된 치료 포인트인 현재, 나는 그 어느때보다 선생님의 반응에 신경쓰고 있기 때문이다. 말 한 마디, 비언어적 몸짓, 시선 등. 사실 어느 관계에서나 마찬가지이다. 나는 타인의 감정을 캐치하는 것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이다.


“예민해서 그래요.”


하지만 나는 예민하다는 단어로 이 모든 걸 함축해버리고 말았다. 선생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저도 이제 한 Sensitive 해요. 저도 평소같지 않다는 걸 스스로도 느껴요. 또 자영씨가 저와의 미묘한 관계 변화가 있고 나서 우울감이 심화됐잖아요. 시작이 그런 미묘한 기류였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무슨 마음인지 궁금한 거죠.“


나도 안다, 선생님도 한 예민 하시다는 걸. 예민한 치료자와 예민한 환자 사이의 예민한 기류 변화이다. 나는 그저 웃었다. 선생님의 그 ‘Sensitive’함으로 내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캐치해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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