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과연 극단적 선택일까?
OECD 국가 중 가장 자살률이 높지만 자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를 꺼리는 나라.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울증 환자이다.
2년 전 내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자살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매일 어떻게 죽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했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에 가 진료를 볼 때 '자살'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힘들었다. "그냥 죽고 싶었어요."라는 말만을 반복했을 뿐이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 "자살 충동이 심하게 들었어요." 라고 '자살'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왜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돌려 말하며 마치 그것이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대할까? 과연 우울증 환자에게 자살은 '선택'일까?
나에게 있어 자살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닌, 유일한 선택지였다. 자살 충동이 들 때의 내 마음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민페만 끼치고 있어, 그러니까 내가 죽으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 나는 사라져야 마땅한 존재야.' 그러니까 내가 죽어야만 이 모든 고통이 끝날 것 같았다. 자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닌, 또 하나의 생존 방식이었다. 모순적이지만, 살기 위해 죽고 싶었다.
죽기 위해 마포대교에 간 적이 있다. 해가 떠있는 시간부터 달이 뜰때까지 그 앞에 앉아 있었다. 건너편에는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떠들썩하게 앉아 있었다. 고개를 숙여 바라본 강물은 생각보다 밝았다. 마치 내가 아직은 밝은 세상에 속해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한참을 울면서 앉아 있었다. 그 순간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의도치 않게 오랜 시간 친구의 연애 고민을 들어주다가, 나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나 지금 마포대교야." 친구는 잠시 침묵하더니 응급실에 가기를 권했고, 나는 그 말에 동의했다.
자살 충동이 심해 응급실에 가면 보통 응급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과 면담을 한다. 그 후 진정제를 맞는 경우도 있고, 보통은 입원 권유를 받는다. 환자의 자살 시도나 자살 충동은 정신과적 응급상황이기 때문에 충분히 섬세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나는 세 곳의 병원에 내원했었는데, 그 중 한 곳은 아무런 처치도, 상담도 없이 바로 나를 퇴원시켰다. 내 자살 충동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나는 그날 밤 약물 과다복용을 했다.
자살 생각이 있는 환자를 도와주려면 우리는 '자살'이라는 말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떤 이유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충분히 그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직 정신과와 심리상담에 대한 허들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머지 않아 자살 충동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 바란다.
죽고 싶은 건, 잘못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