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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영 Oct 28. 2023

우울증 환자가 자해를 하는 이유

나를 해치는 걸까 나를 살리는 걸까

사람들은 왜 자해를 하냐고 묻는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말문이 막힌다. 솔직하게 대답하면 이해받지 못할 게 분명하니까. 한편으로는 되묻고 싶다. 내가 내 몸을 해치는 건데 무슨 상관이냐고. 조금 반항적인 문장이 된 것 같지만, 이 글에서는 우울증 환자가 자해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는 글이기 때문에 다소 주관적일 수 있다.


1.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심한 자살 충동이 들어 자살 시도를 할 것 같을 때, 또는 마음이 너무 힘들어 버틸 수 없을 때 자해를 했다. 2022년 여름의 어느 날 아파트 옥상 문 앞에서 한참을 주저앉아 있던 적이 있다. 열리지 않는 옥상 문이 미웠다. 나 이제 결심했는데, 왜 세상은 나를 죽지 못하게 하는 걸까. 1시간을 내리 울다가 집으로 돌아와 칼로 손목을 그었다. 내가 한 첫번째 자해였다. 칼이 어느 정도로 드는지도 몰랐고 그저 자살충동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한 것이기에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일주일 쯤 지나자 흉터조차 없이 아물었다. 나는 타인의 시선을 매우 신경쓰는 사람이기에 이후로는 손목에 상처를 내지 않았다. 다음에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허벅지를 그었다. 그 때는 꽤 깊게, 여러 번 상처를 냈고 아직 흉터가 남아있다.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난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이내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은 그만 두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쭉 약물자해를 했다.


첫 약물 과다복용을 한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나는 그 날 회사 복직을 앞두고 팀장님을 만나 술을 마셨고, 팀장님은 내가 휴직을 하고 해외여행을 간 게 회사에 소문이 돌아 안 좋은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숨이 막히고 손이 떨렸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은 정신과 약을 모두 털어넣었다. 이내 내가 사고를 쳤다는 생각에 멍해졌고,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해 같이 응급실로 갔다. 삼킨 양이 많지 않아 위세척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입원 권유를 받았다. 이후 나는 더 대담해졌다. 신체적 자해보다 약물자해가 더 기분이 좋았다. 그 당시 나는 졸피뎀을 먹고 있었는데 졸피뎀 3-4일치를 한번에 먹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니까 약물 과다복용은 습관이 되어갔다.


2. 자살시도 목적


그리고 결국 큰 사고를 친 날이 있다. 나는 죽을 계획을 세웠고, 이제는 자해가 아닌 자살 시도 목적으로 약을 많이 먹게 되었다. 40알 정도의 약을 한번에 삼켰고, 나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내가 이미 약물 과다복용으로 응급실을 몇 번 드나들었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알리기도 싫었고, 무엇보다 정말 죽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다음날 깨어나고 말았다. 후유증은 오래 갔다. 속이 안 좋아 며칠동안 밥을 못 먹었고, 기운이 없어 일상생활을 하기도 버거웠다. 하지만 나는 이 사실을 치료자들에게만 알렸고, 내과에서 수액을 맞으며 버텼다. 또 다시 입원 권유를 받았지만, 내가 입원을 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이후 나는 약을 많이 먹는 것도 그만 두었다.


3. 힘들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1차 병원을 다닐 때 의사 선생님은 내가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지 진료 주기를 점점 늘리셨다. 나는 1년이 넘게 고정적으로 2주마다 진료를 봤는데, 어느 날 내원 주기를 한 달로 바꾸셨다. 나는 열심히 버텼다. 하지만 내 자살충동은 어느 때보다 심했고, 나는 한달만에 보는 선생님에게 힘듦을 호소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나는 반발심리로 수면제를 처방해달라 한 후 졸피뎀 2주치를 한번에 먹었다. 내가 이만큼 힘들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파국이었다. 선생님은 나를 더이상 치료해주지 못하겠다며 병원에서 나가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잘못된 방식을 택한 것이기도 하지만, 선생님의 대처 방식에도 정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4. 모든 걸 잊고 하루를 버티기 위해


요즘에는 자해를 하는 빈도가 줄었다. 일주일마다 병원에 가느라 과다복용을 할 만큼의 약이 없기도 하고, 신체적 자해는 충동이 가라앉을 때까지 참고 또 참는다. 그럼에도 너무 힘들어서 버틸 수 없을 때에는 2~3일치의 약을 한번에 먹고 잠에 든다. 그러니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쉬고 싶어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울증 환자가 자해를 하는 이유를 적어 보았다.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감정을 해소하려는 목적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사실 아직도 왜 자해를 하면 안 되는지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단지 치료자들이 하지 말라고 하니 참을 뿐이다. 오늘도 버텨내느라 고생한 모두에게 응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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