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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영 Nov 12. 2023

우울증 환자에게 필요한 건 조언이 아니다

삶의 끝에서 우리를 붙잡는 건

주변 사람이 우울증에 걸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린 사람이든 노인이든 저마다의 삶의 방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가치관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면 교회에 나가보라고,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운동을 해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우울증에 걸려 방에 틀어박히자 그녀의 친구가 억지로 그녀를 방 밖으로 끌어내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그 부분을 보며 오열을 했다. 지금 많이 힘든 상태일 텐데, 저건 정말 아닌데, 오히려 더 죽고 싶게 만들 텐데. 결국 주인공은 내가 죽든 말든 내버려두라는 말을 내뱉으며 다시 방에 틀어박힌다.


2년 간 우울증을 겪으며 나도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겪었다. 엄마와 함께 살 때 엄마는 가끔 같이 운동을 나가자며 나를 밖으로 끌어내곤 했다. 그 시기의 난 일할 때를 제외하고 항상 침대에 누워 있었다. 엄마가 그런 말을 할 때면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엄마, 나 지금 숨쉬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운동할 힘이 없어."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럼에도 엄마는 운동을 해야 힘이 생기는 거라며 나를 설득했고, 결국은 서로 감정이 상한 채 상황이 종료되곤 했다. 회사에서 만났던 부장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우울증으로 휴직을 하자 휴직 기간동안 몸을 좀 움직이고 운동을 하라고 말하셨다. 운동의 중요성은 머리로는 아주 잘 알고 있다. 햇빛을 쬐고 몸을 움직이면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정말 그럴 힘이 없었다. 신발을 신을 힘도 없는 사람에게 운동장에 나가 뛰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나는 항상 스트레스를 받았고, 더 우울해졌으며, 나를 자책하곤 했다.


기나긴 치료 과정에서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힘들때면 반드시 전화를 해주세요.", "제가 응급실에 보호자로 갈게요. 혼자가 아니에요."라는 상담 선생님의 말과 "나는 항상 너의 편이고 너가 없어진다면 정말 슬플 것 같아."라는 친구의 말이었다. 내가 자살 시도를 하기 직전에도 항상 이 말들이 귓가에 맴돌아 나의 시도를 막곤 했다. 내가 지금 죽으면 슬퍼할 사람들이 있겠구나, 그러니까 하루만 더 살아봐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텨 나갔다.


누군가가 쉽게 던진 말 한 마디로 누군가는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고, 죽을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울증 환자에게 필요한 말은 조언이 아니라 "많이 힘들지? 병원에 같이 가보자."라고 말해주는 것, 그리고 항상 너의 곁에서 너를 응원해줄 거라는 그 확신의 말이다. 삶의 끝에서 우리를 붙잡는 건 결국 당신의 '말 한 마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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