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병행하세요!
나는 우울증 3년차 환자이며 정신과 치료도, 심리상담도 3년째 받고 있다. 치료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고민되는 분들, 그리고 정확한 치료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글을 써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1. 두 치료의 차이점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약물 처방을 병행하며, 심리상담은 상담만 진행한다. 그러니까 '약물 처방 유무'가 두 치료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나는 현재 병원을 1주일 주기로 내원하고 있는데, 증상에 따라 조금씩 약물을 변경하고 경과를 지켜본다. 또, 치료 시간에도 차이가 있다. 정신과에서의 상담 시간은 길지 않다. 나는 1차 병원, 2차 병원과 3차 병원을 모두 다녀봤는데, 보통 10~40분 정도 상담을 진행했다. 현재 다니는 병원은 대학병원이고, 평균 2~30분 정도 진료를 본다. 원래는 4분 간격으로 환자를 받지만, 나는 교수님이 편의를 봐주셔서 조금 더 길게 상담을 받고 있다. 심리상담소에서는 더 길게 이야기를 한다. 보통 5~60분이 한 회기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길어질 때는 120분까지 받아봤다. 상담사의 성향과 내담자 예약 현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2. 치료 비용
치료 비용은 병원보다 심리상담이 훨씬 비싸다. 대학병원 기준 나는 매주 면담+약값으로 3만원 정도를 낸다. 그리고 심리상담은 회기당 9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대부분의 일반 심리상담은 회기당 10만원 전후로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전문의에게 정신 분석적 치료를 받고 싶다거나, 경력이 아주 화려한 분에게 상담을 받고 싶다면 가격은 끝없이 오른다. 처음 상담을 알아볼 때 50분에 25만원을 받는 곳도 봤다. 그러니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 선에서 상담사를 선택하면 된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에 12만원을 치료 비용으로 쓴다. 5주가 있는 달에는 60만원이 된다. 하지만, 목숨값으로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닐까?
3. 치료 기간
정신과 치료는 장기전이다. 경증 우울증, 생물학적 문제로 인한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 분들은 단기 치료로 끝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장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의사 선생님이 앞으로 5년은 더 치료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말씀하시기도 했고, 심리상담은 평생 받기로 했다. 마음을 치료하는 것은 외과 수술처럼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아지는 지도 잘 모르겠고 답답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1년 전, 2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분명 좋아졌다는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정이지만, 치료자들을 믿고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보자!
4. 각 치료의 장단점
병원 치료의 장점은 약을 사용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 유도제 등을 먹으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느낌이다. 하지만 약을 너무 강하게 쓰는 병원은 피하자. 특히 졸피뎀 류의 수면제는 한번 먹기 시작하면 끊기 힘드니 시작을 안 하는 것이 좋다. 상담 치료의 장점은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년기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상황을 충분히 다루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고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다. 단점은 역시 비용이다. 나도 2년동안 거의 천만원 정도를 썼는데, 가끔은 '그 돈이면 다른 걸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의사, 상담사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료자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불편하다면, 혼자 속앓이를 하지 말고 치료자를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