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렸다'를 읽고
요즘들어 가장 고통받고 있는 단어는 '자유', '민주주의', '법질서' 같은 말들이 아닐까 싶다.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므로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 목소리가 많을 수록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생각하는 옳고 그름의 기준마저 나와는 다르고,
상식이라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그들과 나는 공유하고 있는 생각이 없음을 깨달아가고
나는 머리가 아파지고, 화가 자주 났으며
그들과 내가 같은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함께 살아가야한다는 그 사실이
끔찍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가끔씩은 또 역지사지해보는데
그들 입장에서는 나 같은 빨갱이, 종북분자, 중국간첩이 얼마나 끔찍하고 싫을까.
싶으면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이해와 타협이라는 용어가 정치영역에서 가능할까 싶었다.
왜 나보다 더 많이 배운 사람이
왜 나보다 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서 인정받고 지성인이라 신뢰얻는 저런 사람들이
왜 저렇게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이며, 반민족적이고 역사를 왜곡하는 말들을
왜 저렇게 정성스럽게 하는 것지?
왜 저런 "개소리(철학적 의미로서의 개소리)"를 언론이라는 사회권력의 장에서 자꾸 소개를 하는 거야?
저 사람들은 왜 저러는 걸까?
궁금했다.
저들이 말하는 진실 중에 내가 인정할만한 것이나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나 역시 저들이 지긋지긋하다는 이유로 귀를 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그 답을 얻었다.
바로 <확신>의 문제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확신'은 개인과 단체의 정체성과도 관련된 것이므로 외부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건강한 비판마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공격으로 생각한다는 거였다.
이러한 <확신>을 갖게 되면 "Know It all",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지적오만함에 빠지게 되는데
이 지적 오만함이 갖는 태도로 인해 상대를 자신보다 지적, 도덕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며
이해와 타협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그런 지적 오만함은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과 관계없이 나타날 수 있는데
진보의 지식인들이 갖는 이런 지적 오만함, 도덕적 우월감은 보수의 공격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존중'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상대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알약이 하나 있다면, 그 알약을 어떻게 사용할지 묻는 질문을 통해 글쓴이는 그 알약을 사용하는 것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민주주의에서 시민(인간)은 스스로 자신이 무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이성체이므로
사람들에게 판단의 과정 없이 나의 정치적 신념을 갖게 하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으며
그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노잇올리즘, 지적 오만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의사와 항공기 조종사의 예를 통해 강조한 이 체크리스트는 사람들이 자신의 대답을 '확인'하는데 의미가 있으며, 그 '확인'이야말로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지적 오만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기에, 이러한 '체크리스트'가 사회적 분위기에 스며들 수 있어야 사회 구성원들이 지적 오만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내가 아무리 힘들더라도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경멸"의 감정에서 벗어나
내 감정과는 다른 '사실'도 받아들이기 위한 성찰적 자세를 가져야만 한다는 건데.....
아, 모르고 싶다!!!
세상은 점점 세분화되고 파편화되고,
상대적 시각들이 자리하면서 사람들이 공유하는 '상식'이라는 것도
사라지고 있는 것 같은 이 불안한 사회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해를 가리키며 달이라고 우기고
온갖 왜곡된 정보들이 쏟아지는 지금
윤리적,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이익이 더 진리인 것처럼 느껴지는 사회에서
그래도 진실은 진실이라는, 이 단순한 사실이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했던 책이었다.
메타인지가 높은 편인 나는 아직 지적 오만함에 빠진 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기분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나 역시 과학적, 역사적 사실 중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할 것들이 있지,
라는 인정에 안전하지만은 않구나 싶었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만이 답이라니~~
이 역시 잠시 모르고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