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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에 이렇게 깊은 뜻이?

- '대한민국 치킨展'을 읽고

by 준 원 규 수 Jan 26. 2025

저자 - 정은정, 출판사 - 따비, 발행연도 - 2014년


이 책의 부제는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온갖 콘텐츠에 치킨은 빠지지 않는 소재이고, 

이 책의 저자가 말하듯 이제 우리나라에서 '닭'을 주재료로 한 대표적 음식은 튀김닭, '치킨'이다.

이 치킨을 소재로 프랜차이즈 사업과 생닭 생산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는데 쉽게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우리가 전통 음식으로 알고 있는 백숙, 삼계탕이 대중화 된 것은 근래의 일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토종닭은 외국에서 들여온 백세미라 불리는 브로올리 외래종이란다. 

이미 털이 다 뽑힌 상태로 유통되는 닭들의 색을 확인할 수 없는 소비자들은 

다리가 길고 튼실하면 토종닭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그에 맞는 외형의 외래종을 토종닭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 2017년부터 생산되었다는, 농림축산부에서 내놓은 '우리맛닭'은 토종닭 맞겠지?


치킨을 구성하는 밀가루, 기름, 닭- 이 모든 것들이 근대화와 메이저곡물기업들이 뒤에 있고,

이 대부분과 관련된 기업들의 성장은 전쟁을 겪은 후 근대화된, 식량이 풍족한 국가를 목표로 한

정보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콩을 이용했다고 하는 식용유 사업은 

기름을 짜내고 난 탈지대두를 양계사료로 활용하며 1타 3피의 이익을 누렸다.

그런 메이저곡물기업이 우리나라에 사료공장을 짓게 되고

그렇게 사료가 확보(?)되고, 양계의 대량화가 가능해지자 

식용닭 생산, 유통의 기업화가 시작되었다.

소규모 양계 농가나 도축업체는 정부의 주도하에 청결과 보건 안전을 위해 폐업처리되었다.

그 과정에서 200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한 하림과 마니커 같은 기업들은

생닭의 유통 과정을 독점하다시피 하여 수직적 계열화로 생닭 계약 농가와 프랜차이즈 사업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1인 1닭은 당연하다고 말할 만큼 치킨은 대중화 되었지만

영계가 맛있다는 속설하에 우리는 중닭으로조차 자라지 못한 작은 닭을 먹는다.

나날이 오르는 치킨값을 무서워하지만

이 양계사업이나 프랜차이즈와 관련된 일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때로 사장 갑질이나 성추행 같은 프랜차이즈 기업 사장과 관련 기사는 보았지만

산업 구조의  모순적 행태와 관련되어 제대로 설명이 이어진 정보는 처음(-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 기억력 ㅠㅠ)이었다.

가끔 황교익 칼럼니스트가 하림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생닭 시장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는 했었지만

이 책에서도 밝히고 있듯

프랜차이즈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계약 농가로 생닭을 납품하고 있는 농가도 

하림이나 비비큐, 비에이치씨 같은 기업들의 부당함에 대해 인터뷰하기를 꺼려해서

사실적 근거가 부족했던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던  이유이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은 구조적인 부분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유통과 수익의 안정성의 유혹(?)에 하림 같은 기업들과 계약을 맺은 농가들은

한 마리당 사육 수수료로 400원(-이 책의 출판 당시)을 받고, 병아리와 사료 등을 공급받는다고 한다.

사료도 거저 주는 것이 아니라 농가가 부담해야 하고, 병아리 사육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비용들도 농가의 몫이라고 한다.

이런 부당한 부분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기라도 하면

비실비실한 병아리를 줘 사육 과정에서 죽는 비율이 올라가고, 그에 대한 패널티를 농가가 떠안게 돼

결국 기업에 길들여진다고 한다. 

그리고 병아리가  출하되기까지의 회전 시기를 짧게 두고 돌릴 수록 발생하는 수익들은

결국 누구에게 가장 많이 주어질까.

회전 시기가 짧다는 것은

닭을 오래 키우지 않는다는 것이고

닭을 오래 키우지 않는다는 것은

크기가 작다는 의미일 것이다.

1Kg내외의 작은 닭은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양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고,

부족한 양을 채우기 위해 소비자들이 주문하는 양이 많아진다면

이는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좋은 일일까...


결국 양계사업의 문제는 농가만의 문제인걸까.

치킨프랜차이즈의 문제는 자영업자들만의 문제인걸까.


안정적 수업 구조에 수직적 계열화의 가장 하층이 되어버린 농가들의 모습은

편리와 위생이라는 이미지에 길들여진 우리 소비자들의 모습과 닮아있지는 않을까.


<대한민국 치킨전>의 쉽고 간결한 책이었지만

읽고 난 후의 마음은 그다지 쉽고 간결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교양서적 한 권....

이게 이렇게 힘든 일인거냐고....


주 1회 1권 독서, 1편 감상문을 못 지키는 내가 좀 한심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여기에서 다시 시작!!!!


실패는 과정일 뿐이라며 다시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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