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지구와 놀라운 사람들”을 읽고
어마어마한 지구와 놀라운 사람들/ 디에고 브리아노 외 2명/ 롤러코스터/25.02.05
처음 연재의 취지와 달리 지난 달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이다.
심지어 브런치에 감상문을 쓸 생각없이 이미 읽었다.
그러면 <틀리지 않는 법>은 포기한 거냐?
놉!!!!! 그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읽기 싫었던 건 아니다. 진짜!
그래서 고민했는데...
브런치의 글쓰라는 압박 알림을 받고 싶지 않았고,
일주일에 한 번 연재하겠다는 다짐을 자꾸 2주에 한 번으로 주기를 늘리는 것도 탐탁지 않았다.
하여, 감상문이라는 취지에만 부합하는 이 책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30곳은 모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이다.
가장 대중적인 장소가
남극과 갈라파고스 제도, 모아이의 섬 라파누이, 환경 문제의 아이콘 투발루 정도...
160만 구독자를 둔 지리 유튜버가 낸 책으로
세상에 이런 곳들이 있다고?
싶은 지역들이 많았다.
나는 종종 세계 뉴스나 세계사 관련 책을 읽다가 좀 놀랄 때가 있는데
'외국'이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떠올리는 미국, 중국, 서유럽국가, 일본 이외에는
정말 관심이 없구나, 하는 걸 깨달을 때다.
이건 나 뿐만이 아닌 것 같다.
해외 소식이나 수출입 관련 문제가 대두될 때에만 해도 그렇고
유럽보다 가깝고 인구도 많은 동남이나 중앙아시아에 대해 전해지는 것도
배우는 것도 별로 없지 않은가.
우리 사회가 "세계"라는 인식을 협소하게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미국이라는 선진국에도
50년 간 불탔지만 앞으로 250여년 가까이 더 불탈 것으로 추정되는 탄광마을이 있고,
주민의 80%가 지하도시에 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쿠버페디나
중국과 영국통치령이었던 홍콩 사이에 끼어 무정부 디스토피아로 불렸던 구룡채성,
영국의 앞바다에 버려진 군함기지에 들어가 살며 '국가'를 건설했노라 우긴 시랜드 등등
이미 익숙한 나라들이지만 그런 나라에 이런 일이 있다고?
싶은 지역들이 많았다.
예전에 TV에서 본 적이 있었던 벨기에와 네덜란드 사이의 위요지(바티칸처럼 다른 나라의 영토에 둘러싸인 독립된 지역) 바를러에 대한 것도 다시 보니 새로웠다.
네덜란드에서 앞문 열고 들어간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뒷문 열고 나가면 벨기에라니!
또, 인도양에 자리한 노스센티널 섬은
스스로 외부와 차단한 채 고립된 삶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들이 과거 섬에 들어왔던 영국 군인을 따라 성인 둘과 아이 둘을 외지에 내보냈는데
면역력이 없던 성인 둘은 외지에서 죽고, 선물을 들고 섬으로 아이 둘이 돌아간 후
이 섬 주민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었다고 한다.
감기 바이러스로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거의 죽었다던 이야기나
아마존의 소수 부족민들과 접촉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안전을 위해 백신 접종을 맞은 후
진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면 그들의 결정이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그들의 문화가 궁금하다는 이유로 선교사들이 접근하고
그 섬 주변의 물고기들을 포획할 생각으로 접근하는 어부들이 있고
그들의 고립된 생활이 위험하다며 그들을 개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같다.
왜 그들이 위험한 걸까.
어떤 생각을 기준으로 그들의 개방을 주장하는 걸까.
외부인의 기준으로 그들의 결정을 재단하는 것이 옳은 걸까.
식민의 제국주의적 발상은 아닌 걸까, 싶었다.
주민의 80%가 같은 건물에 산다는 휘티어, 냉장고가 따뜻하다는 오미야콘
내륙에 있지만 육로로는 갈 수 없다는 이키토스,
여러 나라들의 이권이 개입되어 어정쩡한 상황에 놓여 있는 스발바르제도나 바누아투
환경 문제를 잘 보여주는 투발루와 라파누이, 갈라파고스 제도
당장 스트레스 지수를 올리는 내 주변의 많은 상황들과는
멀리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또 그렇게 멀지만은 않고
아, 이런 데에서 어떻게 살지?
싶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지금같은 문명시설이 없던 때부터 정착해서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지금 나의 상황들이 그 자연환경만큼 혹독한 걸까...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지구에는 아직 개척되거나 발견되지 않은 장소들이 남아 있을 거고
연구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주장이 나오는 모아이의 존재처럼
어떻게든 삶을 일구어낸 '놀라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아 있을 거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금은 또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기도 하는 가볍고 유쾌한 책이었다.
만약 내게 공간 이동 능력이 있다면
여기 여기 여기는 꼭 가보고 싶다... 고르는 재미도 덤!
하지만 푸른색 계열의 2도 인쇄와 한 페이지 2단 배열의 작고 촘촘한 글자 편집은
책이 좀 조잡해 보인다....하는 선입견을 갖게 하기도 했는데
사진이나 그래프를 많이 써서 경비 절감 차원에서 그런 선택을 한 건가 싶었다.
편집은 훌륭하지만 내용이 조악한 거보다야
편집에 비해 내용이 훌륭한 책이 낫기는 하지만
이 책의 경우 그래픽의 크기를 줄이고 글자 크기라도 키우지 그랬나 싶은 아쉬움은
이 책을 볼 때마다 남을 거 같다. ㅎㅎ
수학책 <틀리지 않는 법>의 감상3은 다음주에 찾아옵니다.
올 겁니다.
그럴 겁....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