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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렇게 종강….

-“틀리지 않는 법”을 읽고 4

by 준 원 규 수


일주일에 한 번 연재를 기획했는데

3주만에... 글을 쓰고

근 두 달만에 580여쪽의 이 책을 다 읽었다.

(페이지는 더 많지만, 미주와 용어 찾기가 또 60여 페이지다.)


4부 회귀

5부 존재


경제학에서 시작해서 민주주의로 끝나는 여정에서

수학적 가설과 검증, 오류 등이 근거로 사용되었다.

이제는 수학적 이야기에 대한 설명들을 모두 알아듣기 위해 힘을 빼는 지력 낭비는 하지 않으므로

좀더 빠르게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쓸 때에도 정리가 수월할 줄 알았는데......

이 책에 대한 감상을 기록한 첫번째와 똑같이

지금도 책의 내용은 모래알처럼 빠져나가 머리에 별로 남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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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책을 읽던 중 10여년 전에 내가 왜 이 책을 샀었는지 생각이 났다.

고등학생 시절, 5교시 수학 시간에 꾸벅꾸벅 졸던 우리들을 향해

수학 선생님이 해준 이야기 때문이었다.

세세한 이야기는 다 잊어버렸는데

수학을 전공하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중간에 전공을 바꾸고 유학을 갔다는

수학 선생님 친구의 이야기였다.

전과로 다른 대학에 입학했는데 교양필수로 수학을 들으라고 했고,

다시 한번 더 법학과로 전과했는데

그 과에서도 교필로 수학이 들어있더라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계산하고 점수 받는 거 말고도

수학은 모든 학문을 연구하는데 기본이 되는 학문이라며 웃으셨던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거짓말"

이라 생각하고 다시 졸았던 것 같은데

오랜 시간 그 이야기가 머리에 남았었다.


"왜? 왜 수학이 모든 학문의 기본이야?"



그 사라지지 않은 궁금증을 이 책의 제목 <틀리지 않는 법>이 찾아냈고,

이 책을 읽으면 그 궁금증의 답을 조금은 얻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에서 구입했었다.

- 맞네, 그렇네, 나 그래서 샀네!!


그에 대한 답은 사실 1부나 2부를 읽으면서 조금씩 얻을 수 있기는 했는데

4부와 5부에서 저자의 확실한 목소리가 드러났다.


수학은 틀리지 않도록 해주는 방법이지만, 모든 것에 대해서 틀리지 않도록 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류는 언죄와 같다. 우리는 그것을 안고 태어났고, 그것은 언제까지나 우리에게 깃들어 있을 것이므로, 그것이 우리 행동에 미치는 용향을 제약하고 싶다면 끊임없이 경게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진정한 위험은, 우리가 일부 문제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키움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전반적으로 확신하게 되었을 때 그 믿음이 우리가 여전히 틀리는 일에 대해서까지 부당하게 확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수학은 또한 불확실한 것에 대해서 추론하게끔 해주는 수단, 불확실성을 완전히 길들이지 못할지언정 어느 정도 다스리게끔 해주는 수단이다. - 중략 - 수학은 우리에게 원칙적인 방식에 따라 확신하지 않을 방법을 알려준다. <거참>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확신하지 않고, 확신하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며, 확신하지 않는 정도는 대충 이 수준입니다>라고 굳게 단정하도록 해준다. 혹은 더 나아갈 수도 있다. <나는 확신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확신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숫자들을 이용하고 통계를 이용한다고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안에 담긴 가정이나 과정들이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숫자들의 관계에 대해 왜곡하거나 비약함이 없이 정리되어야 수학적이라는 것.

수학은 기호와 단어를 가지도 하는 일종의 놀이이며, 그 결과는 늘 깔끔하게 정리정돈되어 '지저분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나의 가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를 하면서 동시에 내가 틀리다는 증명 역시 연구하는 마음.

그것이 수학적 자세이고, '틀리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


수학 공식 안에 담긴 수많은 과정들과 그 공식에 대한 이해의 과정없이

기술적으로 받아들이고 문제에 적용하는 훈련을 하는

우리 수학 교과 과정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수학의 마음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저자가 자세하게 풀어주는 하나의 주장이나 법칙들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건

아마 내 마음에 수학이라는 첫 단추가 잘못끼워진 채였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브런치의 어느 작가님이 쓰신 스위스의 곱셈 수업처럼

그 원리를 하나 하나 배우고 익혀나갈 때

진정한 수학의 유용함을 배우게 되는 건 아닐까.



벅슨의 오류가 정확하게 계량할 수 없는 속성들의 영역에서 유효하다는 설명을 하면서 든 예시. 못 생긴 데다 성격까지 못된 남자는 관심이 영역밖에 있으므로 오류가 발생한다고 ㅎㅎ


상관관계와 인과 관계가 별개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역시 수학적인 논증을 통해 설명을 들으니 새로웠다.

상관관계는 추이성이 없으며 원인 뿐 아니라 결과에 의해서도 상관관계는 생겨날 수 있다고...

수많은 관련성을 무시하고 상관관계를 단정적으로 엮어서 결론을 내리면 오류가 발생한다.

또, 점균류의 선택 실험을 통해 <무관한 대안들의 독립성>을 짚고

민주적이라 생각하는 투표 결과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지 못하는가로 넘어가는 부분은

재미있게 읽었다.


결국 무언가를 연구하는 마음과 자세는 다를 바가 없고

단지 그 결과를 숫자로 표현하느냐, 글자로 표현하느냐.

법칙으로 정리하느냐, 문화적 상징으로 정리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었다.


정말 길고도 길게 한 권의 책을 읽었다.

브런치가 아니었으면 다시 덮어버렸을지 모를 책의 마지막...

저자가 남긴 감사의 글을 읽으며

난 브런치에 감사했다.


덕분에 묵혀두었던 책도 읽고,

과거에 묻혀있던 질문도 생각났다.

어렵게 한 권을 넘겼으니 다시 또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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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