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감

May 23. 2025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릉
저기 가는 저 사람 조심하세요 우물쭈물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출처 : 네이버블로그 <새미의 데코앤하우스>, 핀터레스트

비평 강의를 들을 때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교수님이 이런 주장을 했었다.

"동요 '자전거'는 아주 폭력적인 노래다."

그 근거에 대해 정확하게 생각나지는 않으나, 그 주장을 기억하는 것으로 보아 무척 흥미롭게 교수의 논변을 들었었던 것 같다.

며칠 전 출근길이었다. 귀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 사이로 사람 말소리가 들렸다. 뒤에서 누군가 소리를 치는 것 같았다. 돌아보니 자전거를 탄 사람이 내게 비키라고 비키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얼결에 오른쪽으로 길을 비켜주었다. 길을 비키느라 걸음을 멈춘 내 앞을 자전거는 당당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다 문득 욕이 나왔다.

길에는 나를 제외하고 사람이 없었다.

나는 왼쪽에 붙어가고 있었으므로 그 자전거가 오른쪽으로 비켜가면 될 일이었다.

물론, 길은 성인 남자가 네다섯 명 정도는 나란히 열 지어 걸어도 넉넉할 정도로 넓은 길이었다.

진짜 “염병”이었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새미앤데코>, 핀터레스트

길을 비키라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의 이상한 요구는 공원이나 산책로에서도 종종 만나게 된다.

물론 걷는 도보인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지만, 저 동요처럼 당연히 걷는 사람이 비켜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내가 출퇴근 길에 이용하는 천변 산책로는 한쪽은 도보전용으로 자전거 금지라는 안내표지가 군데군데 서 있다. 하지만 표지는 표지일 뿐, 그 길에는 때론 도보인보다 자전거가 많이 다니고, 전동킥보드가 휙휙 지나간다. 모두가 행인이고, 걷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평소에는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멀쩡히 걷고 있는데 굳이 띠링띠링 경고음을 울리며 일찍부터 길을 비키라고 하는 자전거 이용인을 종종 만난다. 맞은편에 사람이 오지 않으면 자신이 비켜가면 될 일이고, 양쪽 길에 다 도보인이 많다면 자신이 잠깐 내려 자전거를 끌고 걸으면 될 일이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다치는 건 너일 테니 냉큼 비키라는 듯이 구는 사람들의 표정은 득의연하기까지 하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새미앤데코>, 핀터레스트

나는 자전거를 탈 줄 안다. 꼬맹이 시절, 동네 친구들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내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주던 친구가 어느새 내 옆에서 뛰며 말을 걸었었다. 그 친구 이름이나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처음으로 혼자 자전거를 타게 된 그 순간의 성취감이나 희열은 아직도 선명하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느끼는 일은 무척 기분이 좋다. 또, 내가 가진 체력의 최대치까지 끌어올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숨차게 뛰는 것보다 빨리 갈 수 있다는 사실은 내게 약간의 자유로움도 느끼게 한다. 그 모든 것들이 속도에서 나온다.

남들보다 빠른 속도를 갖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속도가 남들을 불편하게 하고, 자신의 입장만을 밀어붙일 만한 생활 권력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빠르게 가기 위해, 편하게 가기 위해 타고 나온 자전거의 앞에 있는 도보인 역시 자전거를 탄 사람들과 같은 행인이다. 그들의 속도가 자전거를 탄 나보다 느리다고 해서, 그들에게 내가 지나가는 동안 옆으로 비키라고 요구할 권리가 자전거에 생기지 않는다. 그 도보인이 과속방지턱이었다면 자전거 이용인은 당연히 속도를 줄이거나 옆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곳을 그냥 지나치면 자신의 엉덩이가 아플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