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허무의 공간, 사막

-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으로

by 준 원 규 수

내가 동경하는 공간들 중 하나인 사막.

어렸을 때 읽었던 아라비아 나이트의 대상들이 다니는 사막의 그림이나 여러 문학 작품에서 그려지는 사막의 모습들은 위험한 만큼 동경심을 갖게 했다.


무언가를 세울 수 없는, 바람에 날아다니는 모래들로 수시로 지형이 변하는 곳.

하루 종일 내리쬐던 태양으로 달궈졌던 모래가 밤이 되면 순식간에 차게 식어 버리고, 죽음을 직면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을 곳.

어쩌면 그런 곳을 낙타에 짐을 싣고 태양과 별자리를 표지판 삼아 몇 달에 걸쳐 횡단하는 아라비아 상인들의 모험 같은 삶을 동경했던 것일지도 모르고, 죽음과 직면하게 되었을 때 만나게 될 인간 본연의 고독이 궁금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우고, 쌓이고, 움직이듯 바람을 타는 모래가 가득한 사막.....


약간의 허무가 섞인 동경이 모래 사막에 대한 감정이었다면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은 황홀한 동경이었다.

해발 4,000미터 가까운 고원에 자리한 세계 최대 소금사막.

모래가 없어도 연중 강수량만 적으면 사막이라 칭해진다는 것을 이 사막 덕에 처음 알았다.

남미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우유니 사막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유행처럼 강이나 호수의 반영 사진이 블로그나 SNS에 많이 올라왔던 기억이 난다.


캡처-우유니사막1.PNG 네이버 검색 - 캡처사진


지난 사고 여행에서 나스카로 이동한 후 여행이 끝났는데 볼리비아까지 이동은 페루의 쿠스코에서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경비는 20만 원에서 40만 원 정도. 버스로 이동할 수도 있으나 긴 시간을 들여 페루까지 날아갔으나 40시간 가까이 걸린다. 페루의 호르헤 차베스 공항을 이용해 볼리비아의 엘알토나 비루비루 공항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는데 시간은 엘알토 공항이 더 가깝다.


엘 알토 공항에서 소형비행기를 타면 약 30만원 정도에 우유니 사막까지 갈 수 있지만 비싼 가격으로 인해 버스를 이용해 10시간에서 15시간 정도 걸리는 버스를 이용할까 고민도 잠깐 한다. 하지만 난 한두 달씩 시간적 여유가 없고, 비포장도로 구간이 긴 경로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더구나 이 사고 여행의 좋은 점이 무엇일까.

바로 돈이 정말 드는 건 아니라는 거다. 바로 볼리비아의 국영 항공사라는 보아항공의 우유니 행 비행기 표를 구입한다. 하루 두 번 왕복한다니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그렇게 우유니에 도착하면 투어 신청을 해야 한다. 보통 일몰, 일출, 낮 파트별로 운영이 되기도 하고 시간과 인원은 여행사마다 다른다. 7명을 모아 원하는 시간대로 협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일정은 물고기섬, 기차무덤이 들어간다는데, 가이드들도 관광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사진을 열심히 찍어 준다. 그것도 사진을 중요시 하는 한국, 일본 관광객들을 전문으로 하는 세 곳의 여행사 이야기인데 나무위키에 따르면 그 세 곳의 여행사가 반영 사진이 잘 나오는, 물이 있는 곳을 독점하는 듯 하다고 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세 곳 중 한 곳으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우유니 사막으로 향한다. 하늘에 좀더 가까운 우유니에서의 밤하늘이 궁금하지만 다음 일정을 생각해 낮에 가는 팀에 합류했다.

20181229_181022.jpg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로 불린다는 우유니 사막의 반영 사진을 찍는 최적기는 우기인 12~4월이지만 난 7월 방문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건기의 독특한, 소금 표면이 갈라진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흔들리는 차량 안에서 여러 번 다짐을 한다.

풍경을 마음에 먼저 담자. 아름다움에 취해 무턱대고 셔터를 누르지 말고, 마음이 먼저 그 황홀에 취하도록 해 주자.



하지만 쨍한 파란 하늘이 나타나기에는 날이 좀 흐렸고,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트렁크에서 의자 같은 것들을 주섬주섬 내리더니 여기 서, 저기 서, 이쪽 보고……. 이미 익숙한 절차를 따르듯 핸드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는 가이드의 포스에 열심히 따르고 있다. 사진의 분위기를 위해 처음 보는 사람들과 엄청 친밀해 보이도록 내 안의 사회성을 모조리 끌어다 붓는다. 히.....힘들어.....

1546143709467-17.jpg 우유니 사막을 갈 때 필수 준비물 중 하나가 장화다. 신기하지 않은가. 장화가 필요한 사막이라니.....

그리고 마침내 주어진 자유 시간.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아니면 때때로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가 이곳의 고요를 이야기해 준다.

멈춘 듯 흐르는 구름의 움직임이 사막의 모습을 바꾸고, 아무런 지표도, 어떤 목적도 없이 그저 아름다운 것으로 세상의 쓸모를 다 했다는 듯 무표정한 이 공간. 그 공간에 표정을 만드는 하늘과 구름, 태양과 별들.... 그 온전한 자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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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들어 낸 그 무엇도 이 단조롭고 흔한 요소들이 만들어낸 이 풍경보다 아름다울 수 없으리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아름답지 못한 감정들이, 기억들이 사라지는 느낌......


이곳의 밤하늘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언젠가 시집에서 읽었던 ‘별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지도 모르는데 그 아쉬움을 두고 아르헨티나로 향해야한다니.

캡처-우유니사막.PNG 네이버 검색 - 캡처 사진


또 이곳에 올 수 있을까.

이곳에서 보지 못한 밤하늘의 모습은 두고두고 내가 ‘가지 않은 서해 바다’가 되어주겠지.

그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다시 이곳에 올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거 같다.



이거 분명 사고 여행인데 너무 몰입하는 건가.

정말 우유니 사막 앞에 있다가 밤하늘도 볼 걸, 후회하며 발걸음을 돌리는 것만 같다.

......

체력 관리 잘 해서 여기만은 보러 갈까?


사막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아마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완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그 뿐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막에는 어느 것도 건설할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중동 사막 한복판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채소를 키우고

태양열 전지판을 세우고 있으니 말이다.

자연 그대로의 천연은 점점 소멸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진정, 발전이고 최선인지는 잘, 모르겠다.

20121123_121406.jpg 사막 어딘가에 존재하는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문명을 이룬 인간의 의지... UAE의 한 곳
2011-11-05 08.43.14.jpg UAE의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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