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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뇨 Feb 08. 2022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한 이유 1

 사우나와 스탭 버스를 전전하며, 심지어 한 주를 통틀어 10시간 씩 잠을 청하며 촬영에 임했다. 안 걸리던 감기는 겨울만 되면 몇 번씩 찾아왔고, 계절을 버티며 수없이 콧물을 흘렸다. 

 그 당시 난 하루에 커피 두세잔 정도를 마셨는데, 대체로 카페라떼를 비롯한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마셨다. 아메리카노 같은 물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수분에다 커피의 이뇨작용이 합해져 극렬한 요의가 엄습하곤 했기에. 그렇다고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서서 조는 일이 상시 발생했기에 커피 음용으로 잠을 쫓아야 했다. 그렇게 매일 커피를 위에 들이붓게 됐고, 불규칙한 식사에다 음식물 섭취는 점심, 저녁, 야식 시간에만 한꺼번에 때려먹게 되었다. 극심한 배고픔에도 현장이 워낙 바빴기에 챙겨먹을 새가 없었고, 드라마 현장이란 곳은 티테이블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식이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그렇게 소화기관은 곪아갔고, 상복부에 극심한 통증이 일어났다. 상체를 숙이지 못하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때, 병원에 갔다. 의사는 심드렁하게 위 내시경을 하자고 했고, 잠시 눈을 감았다 깨어나니 볼에 질질 흐른 침은 마른 상태였고, 식도염이란 결과를 얻게됐다. 약을 복용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게 됐다. 

 약을 먹고 상태가 호전되는가 했지만 윗배는 다시금 타들어갔다. 의사의 심드렁함을 견딜 수 없어 다른 병원에 갔다. 입원을 진행하고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을 했다. 식도염, 위염, 십이지장염, 장염이 의심된다고 했다. 하지만 링거를 맞고 이내 차도를 보였고, 퇴원했다. 쾌차하나 싶었지만 다시금 같은 증상이 나타나 다시 입원했다. 약 처방을 바꿔봐도 차도가 보이지 않자, 의사는 다른 대형 병원의 내과의에게 진료의뢰를 했고 난 그 병원으로 가게됐다. 

그렇게 그 병원에서 3주 정도 입원했고, 담당의의 처방이 주효했는지 증상이 많이 호전되어 퇴원하기에 이르렀다. 

담당의는 안정적인 식이와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두달 정도를 더 쉬게 되었다. 

 그 기간 동안 유급휴가나 휴직계는 없었다. 당연하다. 계약서에 사인을 한 적이 없으니까. 또한 작품이 끝난 이후에 생긴 일이었기에 산재판정을 받을 길조차 없었다. 난 노동자가 아니었으니까. 


 이후 많은 생각이 밀려왔다. 이 일을, 이 직업을 계속해야 할까. 부귀영화는 커녕 앞으로도 이 일로 생계를 꾸린다면 내 몸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다른 일은 무엇이 있을까. 어디에 내 길이 있을까. 퇴원하고 본가로 복귀한 이후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쉽사리 그 일을 다시 할 수 없었다. 때론 왜 그 일을 했냐는 질책을 견뎌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난 미친놈이었을까. 많은 말들과 생각이 오가는 가운데서도 현장이 그리웠다. 그래서 다른 길을 생각하면서도 틈틈이 단편영화 촬영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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