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우리에게는 암울하기 짝이 없던 그때에도 내 확신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건 단지 희망 사항이었을까? 아니다.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확신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아마 프로이센 김나지움 덕분일 것이다. 그때 선생님들은 인류 역사에서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독일어 시간까지도 끊임없이 알려주었다.(p.153)
(생각 꺼내기)
전쟁 속에서 시체, 건물이 타고 무너지는 걸 보면 절망하고 언제 죽을지 모를 목숨에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이 엿보인다. 인류 역사 시간에 배운 것이 이렇게 빛을 바랄 수가 놀랍다. 교육의 힘이 이렇게 크다는 걸 느끼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한때 폴란드 수도였던 샤르샤바는 혼자 황무지가 된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주택은 대부분 파괴되었고, 그렇지 않은 집들도 창문이 멀쩡한 게 없어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처럼 보였다. 형과 나는 1주일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해 완전히 녹초가 되었으나 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죽을 만큼 피곤했지만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을 빨리했다. 시시각각 긴장과 두려움이 커졌갔다. 드디어 도착한 우리는 전에 살던 집 앞에 와서 섰다. 아래층이 파편과 재에 묻힌 우리 집 건물은 일부가 파괴된 채 아직 남아있었다.
(중략) 우리는 부들부들 떨며 문을 두드렸다.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안 했다. 흥분한 우리는 마음이 더 초조해져 한 번 더 크게 문을 두렸다. 그때 갑자기 느릿하게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누군가 겁먹은 듯 천천히 문을 열었다. 우리 앞에 아주 늙어 보이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 우리를 알아보지 못한 그들은 공포로 말문이 막힌 듯했다. 어머니와 아버지였다.(p.159)
이 장면을 보면 우리나라 전쟁 때 나 다름이 없을 것 같아서. 6.25전쟁이 떠올랐다. 실제적인 경험이 있었다면 이 부분은 더 와닿고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아플 것 같다. 이렇게 안락한 집에 따뜻한 집에 살아서 이 대목을 읽으면서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전쟁을 통해서 집에 두고 온 부모님 생각이 간절해서 잠을 못 자고 걷고
집으로 향했다. 전쟁의 쓰나미가 스쳐간 장면은 처참했다. 부모님이 혹시나 돌아가셨을까 하는 두려움이 사로잡혔던 작가와 형이다. 내가 만약 그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버지와 엄마의 모습을 보고 기쁨을 만끽하고 모든 긴장과 두려움이 날아갔을 작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은 엄마에게 전화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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