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과 '여백'
간단하고 단순하다고 쉬운 것은 아니다.
요즘 내가 하는 가장 일순위의 작업은
나를 찬찬히... 기다려주며 들여다보는 일.
그러다 깨달았다.
참... 단순하게 사는구나.
하지만... 결코 쉽지 않구나.
그러니... 스스로 채근하지 말자.
이렇게 단순한 것을 왜 못하지?라는 말을 나 스스로에게 자주 하곤 했는데
이제 이런 채근.. 하지 말아보자.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1. 불가능하니까 포기한다.
2. 문을 연다 -> 코끼리를 넣는다 -> 문을 닫는다.
너무 단순한데 결코 쉽지 않다.
[새벽독서를 타협없이 하는 방법!]
1. 못할 것 같으니까 적당히 무지한 채 산다.
2. 새벽에 일어난다 -> 책상에 앉아 책을 편다 -> 책을 읽는다
너무 단순한데 결단코 쉽지 않다.
[매일 글을 써 새벽 5시에 발행하는 방법!]
1. 어렵고 고통스러울 듯하니 시작하지 않는다.
2. 책을 읽는다 -> 머리속에 논리를 만든다 -> 말하듯이 쓴다 -> 작가의 서랍에 보관한다 -> 5a.m.에 발행한다.
너무 단순한데 결단코 쉽지 않다.
[책 한권을 번역하는 방법]
1. 영어를 못하니까 아예 시도하지 않는다.
2. 번역기를 돌린다 -> 핵심단어를 뽑아내어 여러 해석 가운데 적당한 표현을 찾는다. -> 문장으로 구성한다.
너무 단순한데 결단코 쉽지 않다.
[책을 쓰는 방법]
1. 장고의 고통이라 외면한다.
2. 어떤 책을 쓸지 정한다 -> 전체 맥을 잡아 대략 목차를 만든다 -> 그렇게 무조건 1일 2시간 이상씩 쓴다. -> 초고가 완성되면 맘에 들 때까지 수정한다.
너무 단순한데 결단코 쉽지 않다.
내가 하는 주요한 일들을 중심으로 다 써봤지만 어느 것 하나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보다 어려운 것은 없다. 1번은 무조건 패스, 2번대로 하니 벌써 5년이 넘도록 새벽독서를, 2년이 넘도록 매일 새벽 5시 브런치발행을 지켜냈고. 500페이지가 넘는 번역을 마쳤고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엄마의 유산]은 탈고 직전이며 [이기론]은 초고의 완성단계에 와 있다.
할까 말까
될까 안될까
한번쯤 쉴까 말까
이쯤에서 그만둘까 말까
이러한 망설임은 오히려 오만가지 생각으로 내 머리속에 이상한 논리를 자동발생시켜 결국 복잡하게 만들고 그렇게 타협을 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협시점에서 또 오만가지 생각으로 나는 나를 더 괴롭힌다. 간단하고 단순한 것이 물론 쉽지는 않지만 이렇게 감정적인 타격까지 입으며 복잡하게 생각하느니 난 다시 더 간단한 주입으로 조금이라도 쉽게 만들어 보련다.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니 하는 것이다.
되고 싶어 되는 것이 아니라 되야 하니 되는 것이다.
가고 싶어 가는 것이 아니라 가야 하니 가는 것이다.
이렇게 다시 더 간단히 만들어 내 정신을 꽉 채우니
모든 시간이 꽉 채워졌는데
모든 시간이 확 비워졌다.
채워졌는데 온통 여백이다.
이 신비로움에는 어떤 단어가 적당할까....
(아... 어떻게 이 느낌을 적어야 할 지 모르겠다......ㅠ.ㅠ)
결국,
모든 것을 밀어낸 단순한 주입 하나가 전체를 채우고는
모든 여백을 허용하는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오늘도 단순하게 살자.
쓸까 말까, 뭘쓸까, 잘써야 하는데, 거기까지 해야 하는데... 등등 복잡한 생각 금지.
그냥 단순하게.
노트북을 켠다 -> 나오는대로 쓴다 -> 맘에 들 때까지 수정한다. -> 수정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으니 힘들 땐 맘껏 이성의 역사를 가지고 놀며 즐긴다.
끝.
그리고....
신.성.한.무.관.심.
바보는 단순한 걸 복잡하게 풀고
천재는 복잡한 걸 단순하게 푼다.
이로써,
난 천재가 되기로 결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