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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ul 17. 2024

나는 터널이 좋다.
차까지 막히면 더 좋고.

'근성'에 대하여

나는 차가 없는 뚜벅이다.

대학 3학년, 일을 시작하면부터 차를 몰았으니

무려 30년이나 운전한 셈이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차를 팔아버렸다.

1년정도된 것 같다.


단순한 셈때문이었다.

나는 나가는 걸 싫어하고 매일 만보를 걸어야 하며 여기저기 잘 얻어타고 다닌다. 또 운전하다 졸릴 때도 많고 기분전환삼아 드라이브를 한다거나 낯선 곳을 탐험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운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것도 별로인데다 자동차세, 기름값 따지면 급할 때 택시타는 것이 훨씬 시간과 돈에 있어 경제적이다.

이런 이유가 차를 팔고 뚜벅이를 선택한 단순한 셈이다.


차가 없으니 아쉬운 것은 딱 하나.

내가 좋아하는 터널을 자주 드나들 수 없다는 것이다.


터널안의 

어두움을 밝히는 노르스름한 빛도 좋고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도 좋고

뭔가 벙커속에 숨은 듯한 안정감도 좋고


하지만 터널의 진가는, 내가 터널이 진짜 좋은 이유는

차가 막혔을 때 드러난다.


차가 막힌 터널 속에선 제 아무리

운전을 잘하는 능력도,

여기가 어딘지 정확한 정보도,

차안에 갇혀 있으니 잘난 외모도 명품치장도,

근사한 세단도,

사회적인 지위도, 직업도, 가방끈도,

출신성분도, 환경도,

뭣도 뭣도 다 소용없더라.


그냥 차 안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이 앉아있어야만 하는

그 똑같은 모양새가 좋다.

왠지 공평한 것도 같고

왠지 다시 모두가 출발점에 선 것도 같고.

왠지 지금부터 다시 요이따~앙! 하고 달려본다면 할만할 것도 같고.


제 아무리 목소리 큰 놈도 차막힌다고 성질내봤자 자기귀만 시끄럽다.

제 아무리 성질급한 놈이 아무리 경적을 울려봤자 무조건 욕만 먹는다.

제 아무리 성격드러운 놈이 답답하다고 뛰쳐나와봤자 자기만 위험하다.


그냥 묵묵히 앉아있어야 할 자리를 잘 지켜내며

그냥 묵묵히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그냥 묵묵히 자기만의 놀이로 시간을 즐겨야 하는 곳

터널이다.


터널의 진가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터널은 무조건 앞으로만 가야지 뒤로 가거나 우회할 수 없다.

제 아무리 길고 컴컴해도 무조건 그 길 끝에는 밝은 빛이 있다.

참기 어려울 정도로 갑갑함이 목까지 차올라도 길 끝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다.

갓길에서 쉴 수도 있고

우회도로도 있고

휴게소도 있고

졸음쉽터도 있다.


터널이네! 하며 남들은 싫어해도

터널이구나! 싶어 나는 아주 좋다.


인생의 풀어내야 할 수많은 숙제를 해결하는 근본은 

근성 


빛은 어둠이 있어야 빛인 것이고

행복은 불행을 경험해야 행복인 것이고

성공은 실패를 치러내야 성공인 것이며

자유는 구속을 견뎌내야 자유인 것이다.


터널은

그런 곳이라 좋다.


빛을 위해 어둠을 견뎌내는 근성

행복을 위해 불행을 이겨내는 근성

성공을 위해 실패를 극복하는 근성

자유를 위해 구속을 선택하는 근성.


묵묵히 가야할 길을 위해 기다려야 하는 곳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곳

묵묵히 내 정신에 인(仁, 어질인)을 새겨넣는 곳

묵묵히 내 육체에 인(忍, 참을인)을 채워넣는 곳


터널.

참 좋다.

차까지 막힌다면 더할나위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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