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사하는 날.'
9/20일 오늘, 이사하는 날이다.
이 글을 쓰는 19일은 도배와 기타등등 손볼 곳을 만지러 하루종일 양평에 있어야 한다.
브런치에서 예약발행을 하는 것에 나는 반대다.
새벽 5시 매일 발행을 2년넘게 지켜온 나로서는 손해가 크다.
예약발행이 되어 편하지 않냐고들 하지만, 매일 그 시간에 눈떠서 글 다듬어 발행하는 것이 나의 주특기였는데 주특기를 강탈당한 듯해 기분이 좋지는 않다.
하지만.
매일 글쓰기에,
정해진 새벽 5시의 장엄한 거래에,
새벽의 엄청난 기세에
나는 합류되어 익숙해졌다.
따라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은 순간 내가 잃은 것만 보는 파렴치한 처사다.
감사가 훨씬 크다.
결국, 이 글도 발행버튼을 누르고 이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전인 오늘(19일) 미리 써놔야 하는 실정이다.ㅎㅎㅎ
새벽 4시 책읽고 5시 발행하고 6-7시 토론하고 7사 30분에 이삿짐센터가 오니 30분의 여유는 있다.
그러니 할만하다.
아니, 타협하지 않기 때문에 하게끔, 되게끔 나를 움직인다.
아니, 타협하지 않고 2년 넘게 이어왔기에 내가 하고자 하는대로 상황이 움직여진다.
'나는 한없이 위대한 어떤 존재가 현재 세상을 보존해준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우주와 누군가 사이에 서서 그가 천재성을 발휘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겠다(주1).'는 소로우나
작품에 영감을 불어넣는 로댕을 바라보며 '영감은 밤낮으로 그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으며, 직감에 의해 이뤄지고 그의 손 하나하나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진 따뜻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그분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이 자라날수록 그분에게 미치는 방해물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갔습니다. 그분을 에워싸고 있는 현실로부터 모든 소리가 차단되었기 때문입니다(주2).'라며 그의 작품이 그를 보호해주는구나를 느낀 릴케처럼
나도 그렇게 순종적이고 수동적이고 우주의 보호아래서 움직이는 느낌....이...
살포시...날... 휘감는 것을...
이 새벽....느끼고 있다.
이 곳에서 5년 살았다.
청소년인 아이 둘은 어른이 되었다.
딸아이는 이제 대학 마지막학기를 준비하며 졸업연주(딸은 한예종에서 음악전공)를 위해 4개월 학교앞 자취를 선언했다. 아들은 미국에서 들어와 군대에 갔고 이제 5개월정도 남았다. 이 정도면 많은 엄마들이 겪는 '빈둥지증후군(주3)'과 같은 심리적 공허함에 시달릴 법도 한데
난 아니다.
내 인생 반백년 살았고 나머지 반을 위해 움직인다.
내 꿈을 위해 나는 나를 버리고 나를 얻는다.
내 미래를 위해 나는 과거에 등돌리고 새로운 자극으로 날 움직인다.
빈둥지는 맞지만 그 빈 공간을
더 큰 내가 되어 채우려 한다.
이렇게 '보여져도, 드러나도, 닮아도 괜찮은 나'가 되기 위해 긴 시간 치열했고
혁명처럼 오늘 시골로 간다.
이제 시골에서 나만의 사상을 글에 담는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일까?
나답게, 나로써 쓰여야 하는,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서?
내가 바라는 '닮아도 좋을 어른'이 되기 위해서?
나 스스로 해내야 할 의무를 낙타처럼 무릎꿇고 순종하기 위해서?
모두 다다.
얼마나 걸릴까?
1년? 3년? 10년? 50년?
1년이면 어설프게는 만들어낼 수 있겠지...
하지만 50년이 지나도 완성되진 않겠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갈 때까지 가는 거지.
이건 답이 없다.
그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가지지 못한 자가 가진 자를 이기는 방법은 '절박함'뿐이다.
나의 사상을 담은 책... 을 가진 자는 '미래의 나'다.
가지지 못한 '현재의 나'가 '미래의 나'를 이기는 방법은 그저 따르고 행하고 더 간절히 믿는 것뿐이다.
오늘 새벽, 지금의 내 심정을 드러내는 데 있어 부족한 나의 필력을 몽테뉴(주4)의 글로 대신한다.
아주 오래전 써놓은 글인데 지금 내 심정이 딱.... 이렇기에...
지금 내가 가진 것만을 보전하고, 할 수가 없으면 다 못해도 좋다. 신이 허락하는 남은 여생이나마 나대로 살아가게 하라. 나는 내가 곤궁한 때 나를 맡길 가장 안전한 곳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운의 은혜에서 냉대받는 경우를 당한다면,
가장 간절하게 나를 자신의 은혜에 당부하고 내게 애착하며 나를 더 가까이서 주지해 봐야 할 것임을 알았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게 의지하고 남에게 의탁할 생각을 버리라고 자신에게 설교하고 있다. 그러나 내 눈은 역시 늘 옆으로 돌아간다. 높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좀 호의 있는 말이라도 던지고 좋은 얼굴이라도 보여주면 나는 마음이 솔깃해진다. 나는 또 사람들이 나를 장터로 끌어내려고 유인하는 소리에 이마에 주름살도 잡지 않고 들어주며 너무 약하게 내 자신을 방어하기 때문에 자진해서 넘어가는 것 같이 보인다.
한데 이렇게 말 안 듣는 정신에는 몽둥이 찜질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제대로 풀어지고 터지며 빠져서 부서져가는 통은 망치로 때리고 두드려서 조여야 한다.
내가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관계적으로 곤궁해질 때 '나'에게 '나' 스스로를 의지하기 위해.
'운'의 은혜가 날 냉대하더라도 더 간절하게 은혜에 당부하기 위해.
힐끗거리는 내 눈길에 그 무엇도 담지 않고 오로지 봐야할 곳만을 보기 위해.
몽둥이찜질을 당하지 않기 위해.
그렇게 망치로 얻어맞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 여기에서 저기로 다리를 건넌다.....
주1> 헨리데이빗소로우, 월든, 열음사
주2>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꿈꾸는 아이들
주3> 빈둥지증후군중년에 이른 가정주부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회의를 품게 되는 심리적 현상.
마치 텅 빈 둥지를 지키고 있는 것 같은 허전함을 느끼어 정신적 위기에 빠지는 일을 말한다.
(네이버 사전)
주4> 몽테뉴, 나는 무엇을 아는가, 동서문화사
* 내일부터는 양평시골집에서 글로 뵙겠습니다!
[건율원 ]
[지담연재]
월 5:00a.m. [이기론 - 어떻게 살아야 할까.]
화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수 5:00a.m. [나는 시골로 갑니다.]
목 5:00a.m. [Encore! '엄마의 유산']
금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토 5:00a.m. [지담과 제노아가 함께 쓰는 '성공']
일 5:00a.m. [Encore! '엄마의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