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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Sep 17. 2024

자격지심, 널 외면하더라도
날 해치지 말아달라.

'자격지심'에 대하여

자격지심, 自激之心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스스로에게 미흡하다 여기는 마음.


50이 넘도록 날 괴롭히는 감정을 숱하게 찾고 찾고 또 찾았는데.... 

자격지심이었다.

                                

난 박사고 교수고 코치고 나름 괜찮은 스펙에 썩 괜찮은 외모를 지니고 품성도 모나지 않은데다 뭔가를 하면 결과를 내고야 마는 목표지향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지금껏 날 괴롭히는 정체가 자격지심이다.

이 모순은 도대체?


자격지심이 없으면 잘난 내가 시건방져질까봐?

자격지심이 없으면 욕구가 탐욕이 될까봐?

자격지심이 없으면 무능한 내가 그나마 잘하려 애쓰지도 않을까봐?


습관대로 연역해서 날 바라보니

모든 것은 '비교'때문이었다.



4남매 가운데 첫째딸도 막내딸도 외아들도 아닌, 아무 것도 아닌 둘째 딸인 나는

어려서부터 물려입고 얹혀 가고 

그냥 신경쓰이게 하지 않는 존재여야 했고

남편보다 생일이 몇주 뒤인 나는 남편생일에 얹혀 생일초 몇개 빼고 다시 후~ 불면 그만이었고

선생에 약사에 의사에게 지지 않으려 모자라는 머리 쥐어짜며 여기까지 왔는데


나의 근원에서 꿈틀대는 두려움과 불안의 근원은 

'자격지심'이었다.


조금 더 잘해야 하고

못지 않게 잘해야 하고

지금보다 잘해야 하고

나를 봐주길 바래서 잘해야 했다. 


아무에게도 신경쓰이게 하면 안되었고

모두를 신경써주는 포용과 배려까지 갖춰야 했다.


그러니 감량이 모자란 나는 포장, 화장, 분장, 치장이 필요했었나보다.


그렇게 내가 아닌 나로,

인정받기 위한 나로,

더 잘나보이는 나로,

걱정이라곤 없는 나로,

어디서든 씩씩한 나로,

썩 괜찮아야 하는 나로 나를 만들기 위해 날 다그치며 닥달했고


힘빠진 어깨와 무기력한 내면이 외부로 보이면 큰일나듯 감추고 또 감추고 

그러니 내 내면이 고여 부패되고 진짜 나의 자아가 상처입는 줄 살필 눈도 없었다.


온통 외부로 향한 시선으로 인해 날 바라보지 못했던 것이다.

존재감이 외부에 걸려 있어 내 안에 내 존재가 없었다.


나는 나를 사랑할 줄 몰랐고

사랑은 커녕 날 가여이 여기지도 못했고

오히려 내가 가장 날 채근하며 날 못살게 굴었던 것이다.




자격지심.

내가 나를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


이 녀석이 이렇게 강력하게 내 안에 똬리를 틀고 앉아있을 줄이야....


하지만,

잘하고 싶고 잘나지고 싶고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의 주체 역시 나다.

자격지심이 없었으면 그냥 저냥 마냥 살았을텐데...


이 녀석 덕에 난 지금 조금 잘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이 녀석 덕에 난 지금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것도 같고

이 녀석 덕에 나는 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했던 것이고

이 녀석 덕에 나는 나를 나답게 살게 하려 치열한 것이며

이 녀석 덕에 내 삶을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볼 힘을 갖고 싶어진 것이다. 


탓으로 돌렸던 것에 감사하게 되고

원망이 심겼던 곳에서 의지의 근원을 찾게 되고

후회가 머물렀던 곳이 동력의 원동력이었음을 알게 됐으니


자격지심.

이를 없애야 하나 지니고 다녀야 하나....



참으로 나약한 나다. 

내 심장은 가는 실과 같아서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마구마구 끊어질 듯 흔들린다.


가는 실들이 흔들려대는 요동에 내 몸 전체가 움찔거렸는데

가는 실을 굵게 하지는 못해도

가는 실의 양을 늘이는 것은 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가늘고 약하지만 실 하나씩을 보태니 점점 실의 양이 많아져

실뭉치가 되어 버렸다.

굵은 한줄이 아닌 가는 여러줄의 뭉치.

끊어지지 않고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뭉치....


자격지심이 날 흔들어댔지만

이제 없앨 수 없는 녀석임을 아는지라

날 흔들어대지 못하도록 나는 정신에, 심장에 몇가닥, 아니 수십, 수백, 수천가닥의 실들을 더 엮어놨다.

책속의 성현들이 이를 도왔다.


내 천성은 바꿀 수 없을 지 모르나

천성을 다듬고 키워가는 배움에 내가 머무르는 한

미운 나도 내가 보듬을 수 있는....

어제보다 강한 나를 나 스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격지심.

나의 자아에 상처를 주고 심지어 나를 부실과 부족으로 희석, 소멸시키려고까지 했지만

네 덕에 나는 일어서고 걷고 뛰기도 했으며 언제라도 가동시킬 수 있는 동력의 근원까지 만들었으니

너란 놈... 참....


내 안에 네가 있음을 알았으니

이제 널 외면하더라도 날 해치지 말아달라.

이제 널 들여다볼테니 날 덮치지 말아달라.

이제 널 다듬어줄테니 날 이롭게 하라......



[건율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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