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갈고 닦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자는 스승의 심정으로 10월이 내게 쳐들어온다.
'엄마의 유산' 출간을 컨텐츠로 이어가려 했던,
'이기론'의 집필에 들어가야지 했던,
글과 책과 사유로만 일상을 만들어야지 했던,
관찰과 묘사로 자연을 글에 담아봐야지 했던,
자발적 고립의 단단했던 문을 열고 세상과 조금씩 접촉면을 가져봐야지 했던,
그렇게 숱한 다짐들을 멀리 있어 천천히, 내가 준비되면 올 것 같아 던져뒀던
그 10월이 '어디 보자'하며
내게 쳐들어온다.
화들짝 놀라 모퉁이에 날 서둘러 감췄다.
준비도 대비도 대응도 어설프다.
9월 한달 도시에서 시골로 옮겨지는 신비로움에 내 신체와 정신은 영혼의 부름에 소홀했던지라...
마치 불법체류자처럼 나는 여기서 꼼지락거릴 뿐
찌든 신체와 흩어진 정신과 바닥에 널부러진 영혼의 날개를 망연하게 바라만 보고 있으니....
이러한 내 육체에는 두려움과 불안과 어지러움이 마치 버무려진 반죽처럼 뒤엉켜 한가득이다.
이런 나인데
아...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이 9월 30일.
하........
며칠간 내가 내게 명령해야 할 것이 분명해졌다.
풍선처럼 바람든 감정과
엉킨실처럼 어지러운 정신과
피곤에 찌든 몸을 외면하라!
애처롭게 날 두드리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렇게 다시 나의 흩어진 몸의 연합에 집중하라!
신체와 정신과 감정과 영혼이 이제 더 큰 물결을 향해 나아가도록 나를 드러내라!
맞짱뜨는 심정으로,
아니면,
두 팔벌려 환영하는 심정으로,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명령에 순종하는 모습으로...
이대로의 나라도 괜찮다면
내가 뱉었던 나의 다짐과 각오와 영감들을 그대로 너의 시간속에
묻혀보겠다....고.
그렇게 묻어가겠다...고.
그렇게 묻지 않고 따르겠다...고.
그렇게 10월은 자기앞에 선 나를 데려갈테니 그냥 따르라...고.
그렇게 10월은
내 정신의 척도를 산정할 것이고
내 욕구의 깊이를 측량할 것이고
내 열망의 압력을 가늠할 것이고
내 영혼의 탁도를 정화할 것이며
그렇게 나의
가을을 따르는 지추(志秋)는 세상의 뜻을 향한 지추(持樞)로 나아가게끔 해줄 것이다.
그러니,
10월에 만날 매순간순간들은
기존의 나로선 감당못해 충당될 수 없었던 근거들이 몰려올 것이다.
기존의 나를 너머 새로운 내가 증명해내야 할 증거들이 속출할 것이다.
기존의 내가 믿음으로 걸었던 가능성들이 실체로 드러날 것이다.
이것들이 이번 10월이 내게 와 하는 일이다.
나의 숙제, 증거, 세상의 선물이 쳐들어온다.
[건율원 ]
[지담연재]
월 5:00a.m. [이기론 - 어떻게 살아야 할까.]
화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수 5:00a.m. [나는 시골로 갑니다.]
목 5:00a.m. [Encore! '엄마의 유산']
금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토 5:00a.m. [지담과 제노아가 함께 쓰는 '성공']
일 5:00a.m. [Encore! '엄마의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