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골로 왔습니다!
* 이 글은 1달만에 도시생활을 접고 양평으로 이주한 저의 리얼일상을 이사준비부터 듬성듬성 적어내려 가는 연재브런치북입니다. 헌집과 헌나를 변신시키는 과정을 담아냅니다...
9/20
드디어 이사.
새벽독서와 독서토론을 마치자마자 이삿짐센터가 도착했다.
이삿날 무슨 새벽독서에 독서토론까지??
지난 5년간 이어온 절대적인 나만의 새벽의식에 타협은 없다.
소나기가 좍좍 내리더니 신기하게 이삿짐을 내리는 순간 비가 그쳤다. 그러다가 짐을 다 싸고 출발할 때 다시 비가 오더니 양평에 도착해 짐을 내리는데 그쳤다.
기적이다.
난 이런 소소한 기적에 몹시 감사하고 몹시 흥분하고 몹시 의미를 부여한다.
기적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의 '행위'를 보던 누군가가 내게 준 합격선물같으니까.
떠나는 내게 '잘 가고 있다'고 외칠 수 있어 다행이다.
30도가 넘는 폭염.
어제 도배를 마치는 바람에 보일러까지 빵빵하게 틀어놓은 상태라 집안 온도는 35도가 넘었다.
고생고생.. 정말 더위와의 사투.
아니나 다를까 이삿짐센터분들은 짐을 여기저기 마구마구 내려놓고 가버리셨다.ㅋㅋㅋㅋㅋ
너무 더워서 고생하시는 걸 아니 잡지도 못했고 시키지도 못한 채.
그렇게 짐속에 난 파묻혔고.. ㅠ.ㅠ
그런데... 왠걸.
저녁때 기온이 쑥!!! 내려가더니 추워졌다.
도시에서 시골로
여름에서 가을로
더위에서 추위로
모든 것이 나와 함께 이동되었다.
9/21- 23
춥다.
새집에서 첫날.
닭이 운다.
어디선가 멀리 개짖는 소리도 들린다.
집구조상 책상이랑 부엌이 멀어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니 불편하다.
ㅎㅎㅎ
커피를 타러 수시로 가야 하는데...
잠을 거의 못자서 정신은 몽롱한데 역시 새벽 4시에 일어나 왔다갔다 하다가 책상앞.
역시 습관은 무섭다.ㅎㅎㅎ
아~~ 시골에서의 첫날 불편으로 시작하다니.
이는 익숙한 무언가가 있다는 말인데
동선에 딱 맞춰서 지어진 곳에서만 살았던 나의 오래된 습관탓이리라.
낡은 습관은 새로운 습관으로만 없어진다.
이 곳에서의 일상이 반복되면서 내게 새로운 근육들이 하나씩 등장하겠지.
심지어 50여년의 습관이 아직 깊이 베어 있다는 것을 어제 늦은 저녁 알았다.
새벽독서, 토론, 코칭까지 끝내고
이삿짐센터에서 정리해준 것을 모두 다 꺼내어 방 하나씩 정리부터 해야 한다는..
시골생활 첫날 밖도 보지 않고 나가지도 않고 일단 정리부터.
그러다가 저녁까지 다 먹고 설겆이하고 카페글 모두 올리고 여하튼 다 하고 나서
저녁에 테라스에 나가 하늘을 봤더니....
아....
시골에 온 2일째 저녁에서야 하늘을 봤다.....
내가 뭘 한거지? ㅠ.ㅠ
그리고 오늘(22일) 새벽 4시 기상, 하늘부터 봤다.
나를 인도해준 별부터....봤다.
별도 날 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며칠간 외면해서 미안하다고,
네가 반짝이며 날 환영했는데 내 고질병, 정리하느라 네 인사에 화답하지 못했다고,
이렇게 여기로 데려와줘서 고맙다고 난 감사의 대화를 나눴다.
9/24
우리집은 거주와 서재(나의 일터)가 분리되었다.
이 'ㄷ'자 구조때문에 이런 누더기집을 (누가 이 집을 사겠냐고 동네사람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낡은 집) 직감적으로 구입했다. 여하튼 거주와 서재를 잇는 거실과 서재에는 상징적인 조명을 달았다.
구/원/전체/나의 코칭모델/별 등의 많은 의미를 품은,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은,
지나가다 화려함속에 감춰진,
그저 그렇던 조명을 여기 하나씩 달았더니
우리 집의 빛이 되었다.
얼추 내부가 사람 사는 꼴정도로 정리가 된 후
퍼뜩!!!! 내 머리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정신차리고 보니 내가 여기 시골에 있어서 바보처럼 놀라서 쓴 글)
9/26
내 일상은 단순의 극치였다.
그저 하는 일이라곤 새벽에 일어나 책읽고 글쓰고 사유하고
먹고 쓰고 읽고 말하고
이게 다이며
정신 속에도 내가 써야 할 글, 글의 길, 길의 탁도와 순도를 가꾸는 게 전부였는데 도시에서 시골로의 '인생의 혁명'이라 불릴만한 말도 안되는 결단과 진행을 치르면서 단순이 복잡이 됐다. 포스트잇이 필요했고 핸드폰의 노트기능이 없이는 자꾸 까먹었다.
버려야 할 것도, 사야할 것도, 챙겨야 할 것도, 옮겨야 할 것도 많았고 계속 생기고 바뀐다.
이렇게 재입력이 되면 다시 단순해지겠지.
그렇게 여기서 단순의 미학을 느끼려 한다.
난 차가 없다.
시골에 살려면 차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사러 갔지만 더 자발적 빈곤과 곤란을 주기로 했다. 뭐라도 하나 사려면, 분리수거를 하더라도 자전거없이는 가기 어렵다.
우선, 자전거를 타고 동네한바퀴를 돌아본다.
5분만 나가도 이렇게 자연이 펼쳐진 곳....
차로는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 곳들이 너무 많다.
아.. 차가 없어서 다행이다...
나무 한그루에서, 하늘에서, 벌레 한마리에서 그들의 삶을 보고
나의 깊은 내면이 원하는 공기를 넣어주고
나의 들숨과 날숨이 조금 더 순도높게 호흡하도록
나의 정신이 이들 덕에 평안함을 느끼도록...
그렇게 단순한 나의 하루하루의 살이가 되길 나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결코 잘 되지 않는 시도가 일상이 되게 하고 싶다.
대낮 중정(우리집엔 중정이 있다)에 앉아 한가롭게 책읽다가 낮잠에 빠져드는 내가 되고 싶다.
자발적 고립속 고요와 고독과 더 친해지고 싶다.
나는 시간과 여유를 남용하지 않지만 고독과 고요 속에서
날카롭게 내 정신의 허(虛)를 채우고
날 집어삼킨 창조의 태(胎)를 내지르고
날아갈듯 저항없는 인생의 태업에 내 기(氣)를 뿜어내고 싶다.
그렇게 이 길에서 창출되는 정신을 글로 옮기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렇게 내가 바라는 '느리게... 단순하게... 깊게...' 사는 삶으로 나를 데려가고 싶다...
그 초자유의 시간에 나를 넣어주고 싶다....
단순함이란 무료함과 거리가 멀다.
내 안의 내가 잔잔하게 날 감싸는 그런 느낌....
그 느낌으로 내게 주어진 일상을 소박하게 살아가는...
내 삶이 더 진지속으로 들어가 내 손에 꽉 쥐어진 그 느낌....
나는 그런 삶을 꿈꾼다.
그렇게 여기로 왔다.
'시골에서의 단순하고 여유로운 삶'을 꿈꿔보지 않은 자가 누가 있을까.
나는 그 꿈의 초입에 들어섰다.
여기서 시작이다...
깊고.. 맑고... 정갈한 결의 삶...
....
그러니 지난 수일간 이사로 인해 피로에 찌든 몸과 어지럽던 정신을 오늘은 정리 좀 하자.
야호!! 사우나를 다녀오자!
사우나!
얼마만인지!!!
* 그렇게 우리는 비.장.한.마음으로 사우나에 갔습니다!!
[건율원 ]
[지담연재]
월 5:00a.m. [이기론 - 어떻게 살아야 할까.]
화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수 5:00a.m. [나는 시골로 갑니다.]
목 5:00a.m. [Encore! '엄마의 유산']
금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토 5:00a.m. [지담과 제노아가 함께 쓰는 '성공']
일 5:00a.m. [Encore! '엄마의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