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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Oct 23. 2024

시골생활 1달. 시골의 3無

9/20일 과감한 결단으로 여기 시골, 아니 산골로 들어앉았다.


10여년을 관리하지 않아 사람살꼴을 갖지 못한 차고 음산했던 집. 이사 전날 도배한 후 집전체를 세탁기에 돌리듯 입주전문청소업체에 거액(청소로는 거액)을 주고 구석구석 모두 닦아냈다. 그리고 전기, 수도 손보고 조명 새로 달고...


1주간 사람살 꼴을 만들고는 마당으로 진출, 해를 가리며 위로만 자란 나무들이 집전체를 춥고 차갑게 만들어 나무부터 베었다. 햇살이 들어오자 집이 보송보송 건조되듯 맑아지기 시작했고 밀림이었던 마당은 서서히 연못을 비롯해 박혀 있던 큰돌들부터 나타나 마당의 형상을 드러냈다. 이쁘게 이발해준 소나무에 만원짜리 태양전구를 달았더니 이 또한 한멋 부려준다.


내외부 모두 얼추 기본은 한 것 같아 나는 서둘러 정신을 차려본다.

나무베고 마당 흙정리하느라 온몸 구석구석 근육들이 여태 가만 냅두다가 왜 갑자기 자기를 괴롭히냐고, 튕겨나가려는지 쑤셔박히려는지 못살게 굴지말라고 앙탈을 부려대는 통에 진짜 온몸이 다 쑤시고 아파 난 조용히 한참을 화덕앞에서 멍때리기도 하고 죽치고 앉아 글을 쓰기도 하고 자른 나무사이에는 해먹을 달아 나무를 베어내고 확 트인 전경을 보며 달아나려는 듯한 가을하늘을 눈에 담아보기도 한다.


2024년 가을은 9월 20일 폭염이 물러간 저녁 느닷없이 찾아오더니

조용히..

느리게..

지금 나를 데리고 흐른다...


마당의 오른쪽으로 빽빽했던 나무들을 베어 시야가 트였다. 그 곳에 해먹을 달아 먼.. 산을, 높은 하늘을...(좌> 해먹에서 바라보이는 전경. 사진에 다 담지 못해 아쉽다)


그런데.....

한달이 다 되어가던 어느 날...  

내가 수시로 하던 행동 중 한가지를 안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항상 물티슈가 손에 닿는 곳곳에 있어야 한다.

깨끗하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것을 못견뎌하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늘 환기때문에 창문을 열어놓고

집을 선택하는 기준 중의 하나가 맞바람이 불도록 창이 나있는지에 있다 보니

집안 먼지를 닦는 것은 내가 수시로 하는 일이다.


특히, 내 책상은 커다란 검정색이어서 먼지가 눈에 잘 띈다.

수시로 책상에 앉을 때마다 물티슈로 책상 한번 닦아내는 행동은 아주 익숙한데 여기서는....


없다.

먼지가 없다.

먼지가 없어서 안 닦은 것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아 안 닦다 보니 내 행동에서 책상닦는 행동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도심 한복판에 살았던 것도 아닌데 내가 살던 분당, 삼송에서 해왔던 행동이 여기에서 필요없어졌다.


창문을 항상 열어두는 내 성격에 맞추려면 일정부분 소음에는 익숙해져야 했다.

멀리서 들리는 차 소리, 가끔 이웃아이들의 소리들이 내 방으로 들어오곤 했는데 여기서는....


없다.

소음이 없다.

오로지 들리는 소리라곤 새소리, 바람소리, 옆의 시내에서 물흐르는 소리, 먼 어느 집의 개짖는 소리, 닭울음소리...아하~ 낮에 가끔 이장님의 방송소리.

어느 순간 알았다. 

내 귀가 할일이 없어지는구나... 

이제 외부의 소음을 차단한채 억지로 내부의 소리를 들으려 애쓸 필요가 없구나... 

외부를 차단하는 에너지를 모두 내부로 돌리니 내면의 소리가 더 잘 들리는건가? 싶기도 하다.


아파트를 싫어해 아이들 초등학교 시절 이후부터는 줄곧 타운하우스와 테라스있는 빌라에서 거주했던 나는 그나마 내 숨통이 틔이는 곳이 테라스에 나갈 때다. 그래도 늘 바랬다. 내 시야를 막는 저 건물이 없다면, 하늘을 더 넓게 담을 수 있을텐데. 내 눈에 하늘만 담기면 좋겠다. 고개를 살짝 돌려 또 바랬다. 내 시야를 막는 저 도로가 없으면 좋겠다. 저 번쩍이는 간판들이 모두 불을 껐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여기서는....


없다.

색이 없다.

오로지 눈에 보이는 것은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초록의 숲, 드문드문 보이는 빨강, 파랑 단층 지붕들.


먼지도 소음도 색도 없는 이 곳 거주의 대가로

난 여기서의 불편함정도는 충분히 치를 각오는 되어 있다.


번쩍번쩍거리는 간판안으로 들어가 손쉽게 영위했던 모든 것들을 여기서는 불편하고 더디고 포기해야 하지만 괜찮다. 먼지속으로 들어가 왁자지껄거리던 그 흥미들이 여기에 전혀 없지만 아무렇지도 않다. 빵빵거리며 여기저기 출동하고 이거저거 사러 다니는 삶을 여기선 연중행사정도로 하려나 싶지만 너무너무 괜찮다. 그저 초록초록, 하늘하늘한 이 곳이 더 많은 볼거리, 얻을 거리, 즐길거리를 내게 주니까.


해질녁 잘게 잘라낸 장작에 불을 붙으며 드러나는 화덕속 불빛이나

한낮 온몸으로 담아낸 태양의 열로 자신을 밝히는 만원짜리 싸구려 태양전구의 빛이나,

알록달록 제멋대로 채색된 해먹이나..

화려할 때 전혀 드러나지 않을 녀석들인데 무채색의 이 곳에선 자태가 멋스럽다.

내가 선택한 거실과 서재의 쌍둥이조명 역시 화려한 디자인속에 무심하게 자리잡고 있던 진주같은 보물들.^^


거실과 서재에 크기만 다른 같은 조명을 달았다.

[건율원 ]

https://guhnyulwon.liveklass.com


[지담북살롱]

책, 글, 코칭으로 함께 하는 놀이터,

https://cafe.naver.com/joowo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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