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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귀족이 되고자...

by 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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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는 내면적 실증주의자다.

살아있는 자신에게 이롭지 않은 것은 고려할 값어치가 없다는 적극적인 실증적 태도를 가진 철학자다. 바로 이 점때문에 나는 그에게 배워 그를 닮고 싶고 그처럼 사는 게 '꿈'이다.'라고 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실제 나의 하루하루가 그와 닮으려 애쓰고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몽테뉴는 내게 꿈이다.

세상에 단 1사람이라도 이뤄낸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사실'로 '증명'된 삶이기에

나의 오래된 꿈은 그를 모델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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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의 실증주의적인 마인드도 좋지만 더 닮고 싶은 점은

그처럼 인식의 겸손, 인식의 귀족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나도 에세이를 쓴다. 소설도 시도 난 잘 모른다. 그저 인간에 대해, 나에 대해, 사유에 대해 끄적끄적... 정체모를, 형식없는 글을 쓸 뿐이다. 이런 결이 무슨 쟝르냐.고 묻는다면 그저 '에세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는데 이에 대한 진짜 닮고 싶은 책이 바로 몽테뉴의 에쎄이기 때문이며 죽기 전에 이런 책 한권 남기고 싶은 것이 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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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론적 겸손.

내향적인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는 자신의 무지를 알고 괴로워한다. 그는 얼간이들이 흔히 갖는 용기를 지니지 못한 대신 '나는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을 할 줄 아는 담대함이 있다. 남들의 눈에 바보멍청이로 보이든 말든 그는 거리낌없다. 그는 망설이며 행동을 삼가고, 자신의 오류가 빚은 결과에 고뇌한다. 그는 성철하고 성찰하고 또 성찰하여 마침내 정신적, 육체적으로 탈진하기까지 한다.


이런 모습이 반드시 이 사람이 자신감을 결여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사람은 다만 의심할 줄 안다는 면에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제 나는 이런 사람을 인식의 귀족이라 부르겠다.

그리고 인간의 오류를 인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여 규범이 정해지는 나라를 인식의 왕국이라 부르겠다.


인식의 귀족을 대표하는 근대의 인물은 당연 몽테뉴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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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블랙스완 p.318


나심탈레브는 몽테뉴를 인식의 귀족의 대표주자로 거론했고

나는 이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한다.

살짝 민망하지만 따르고자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앞선 나는

수년전 몽테뉴를 샅샅이 읽어댔던 터여서

책의 귀퉁이에 '헉! 내가 그래서 몽테뉴를 좋아하나???'라고 끄적거리기도 했다.


몽테뉴는

자신의 '시도'에 신중하게 모은 글, 딱히 고정되지 않은 성찰적이며 유연한 '에세이'를 쓰는 것으로 그의 서재로 삼은 탑에서 긴 나날을 보냈다. 삶과 죽음, 배움과 가르침, 지식, 인간본성에 깊은 성찰을 담은 그의 에쎄는 내겐 삶의 교과서였다. 나는 그의 탑처럼 내 서재를 꾸미는 것이 꿈일 정도로 그를 동경한다. 루크레티우스의 필사본을 숨겨뒀던, 옳은 사상에 대한 용기에 반했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들 속에서 새롭게 발견하며 인식을 깨나간 그의 이성의 여정도 난 따르고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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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미셀 드 몽테뉴 / 우> 몽테뉴의 성, 서재가 있는 탑 (발췌: 구글이미지)


몽테뉴는 사색의 주체는 자기자신이라며 자신의 서사와 자신의 신념과 사유를 에세이로 써내려갔듯이 나도 '내 인생은 내 놀이터', '나는 나의 장난감'이라 규정하고 나를 인간대변인으로 임상실험하는 다소 엉뚱한 의지로 재미나게 나, 내 인생을 통해 새로이 발견되는 것에 관심을 두고 관찰중이다. 이렇게 드.러.난. 것들을 보편화시키기 위해 근거를 찾아 논리를 만들며 써내려가는 정신과 시간이 내게 너무나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그의 서재엔 고대 로마 극작가 테렌티우스(Terentius)의 말이 새겨져 있다.

'나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관련된 그 무엇도 나에게 낯설지 않다(주1)

(Homo sum, homani a me nil allienum puto)'


그렇게 그저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때론 날카롭게 저돌적이었지만 자신의 고정관념의 불완전성을 고집하지 않으면서 성찰적인 저술을 펼쳤던 몽테뉴처럼 내게도 '인간과 관련된 그 무엇도 낯설지 않은' 어떤 시점이 나를 실험삼아 연마중인 시간들을 통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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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의 서재에 새겨진 테렌티우스(Terentius)의 글(주)


그는 철학하기를 즐겼으나 자신을 철학자로 자처하지 않았고 그의 모든 정력을 오로지 독서와 사색으로 경주했다. 잡다하고 모순되는 사상으로 가득 차 있는 고서를 섭렵함으로써 학문의 허황함을 너무나도 잘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학문이나 사상을 세워 볼 뜻은 없었고, 안일을 즐기는 성미로 세상과의 마찰을 조심스럽게 피하면서 그의 정력은 만족할 줄 모르는 호기심(주2)으로 변하였다. 그렇게 그는 마음 속에 미치는 세상의 모습과 인간심리의 내적 세계를 관찰하는 데만 몰두(주2)했다.


몽테뉴를 알고서 이리 사는 건 아니지만 이리 살며 접한 몽테뉴에게서 나는 소심하게 나도나도!! 하며 그를 읽었다. 마찰을 조심스럽게 피하고 학문적으로 뭔가를 남기기보다 그저 독서와 사색으로 인간의 심리를 내적관찰하는 것이 지금 나의 사유이며 글이니... 나도나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와 참으로 비슷한 삶을 살고 있고

그래서 그와 같은 저술을 하여

그처럼 결과까지 이어가고 싶은 꿈이 생긴 것이다.


사는 방식과 내용이 비슷하니 결과도 그리 가지 않을까... 싶은 나에 대한 기대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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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브런치북 [철학품은 사유의 손끝]에는

내가 지적으로 반하여 동경해왔던 성현들의 정신의 흔적, 사유의 결을 담는다.


그 첫번째로 인식의 귀족, 몽테뉴를 선택한 것은

그의 글은 깊지만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너무 깊이 날 끌어내리지도,

너무 나의 흥분을 고조시키지도 않으면서

잔잔하게 날 이끌어준 데에 대한 보은이자 응답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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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나는 다시 수년전 그랬던 것처럼

몽테뉴의 자취속으로 들어간다.

수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

그를 대하는 나는 달라졌을테고

그만큼 그를 이해, 해석하는 정신도 조금은 나아졌으리라 믿는다.

어쩌면 저~어기서 나를 바라보는 그도 내게 다시 왔냐고 반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지금부터 다시 그와 함께 지낸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헛똑똑이에 불과하지만,

그의 장서를 다시 펼치며 밑줄긋고 인덱스붙인 곳들을 다시 필사하며

정신에, 정신의 산출인 글에

그가 지나간 사유의 흔적이 묻혀지길 바란다.


그러면 혹여, 어쩌면 나도

죽음 뒤 다른 세상에서 인식의 귀족들의 잔치에 초대되어

여전히 '나는 모릅니다.'며 배움 속에서 행복하게 계속 읽고 쓰는 나로 영원할 수 있지 않을까...


주1> 프랑스 도르도뉴 (Dordogne) 지역의 Château de Montaigne (몽테뉴 성) 안의 서재

“Library of writer and French humanist Michel de Montaigne, detail of inscriptions in the roof-beam, Montaigne Castle, France.” (출처 : Château de Montaigne - tower - library - roof with inscriptions (26833733672).jpg — Wikimedia Commons(촬영·제공: Jacques Bodin, 2016년 5월).

주2> 몽테뉴 에쎄, 나는 무엇을 아는가? 동서문화사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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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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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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