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에 저항하는 내 어휘를 위하여

by 지담


언어


생생하게 살아있는 언어가 나는 좋다.

이런 언어는 활달하게 뛰어 다가오고,

상냥하게 고개숙여 인사를 한다.

좀 서툴러도 그냥 사랑스러우며,

안에 피를 품고 있어 씩씩하게 숨 쉬고,

귀머거리의 귀에조차 기어오른다.

몸을 돌돌 말고 있다가 이내 파닥인다.

언어가 하는 일, 언어는 즐거움을 준다.


언어는 섬세한 생명체라서,

병들기도 하고 낫기도 한다.

그 조그만 생명이 제 삶을 살도록 둬야 하며,

잡을 땐 가볍게 살포시 잡아야 한다.

서툴게 더듬거나 짓누르면 안된다.

나쁜 눈길만 닿아도 죽기 때문이다.


그러면 보기 흉한 몰골로 누워 있다.

영혼도 없이 불쌍하고 차갑게,

그 작은 시체는 볼품없이 변한다.

죽음의 손길에 들볶여서.


죽은 언어는 흉측하다.

울림도 없는 달가닥 소리에 불과하다.


모든 언어를 죽게 만드는

끔찍한 짓들이 창피한 것임을 알라!(주)


요 며칠 나는 니체의 시에 빠져 있다.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을 시작으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우상의 황혼',

'비극의 탄생'을 내리 읽어대며

니체에 한참 심취했던 그 때가 다시 되살아나는 듯하다.


카잔차키스를 읽으며 그와 함께 니체의 영혼을 함께 찬양하기도 했고

몽테뉴에게 영향을 받은 그의 잠언적 글쓰기를 따라하기도 했다.



자기를 극복해내는 것.

그는 자신이 아닌 외부로부터 자신에게 작동하는

세상의 모든 중력을 과감히 떨치라 외친다.

삶을 억지로 끌고 가며

정신을 아래로 끌어내리고

나의 날개로 가볍게 춤추지 못하게 하는 무겁고 둔탁한 모든 것.


그는 인간으로 해야 할 단 하나가 있다면

이 모든 중력에 저항하는 '초인'이 되는 것이라 한다.


실제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은 늘 아찔한 절벽앞에 선 것이라며,

다리는 위를 향하지만 손은 아래를 잡고 싶은 것이라며,

그는 '초인'을 향하라 한다.


자기 발목에는 관습의 족쇄를,

자기 손목에는 책무의 수갑을,

자기 뒷목에는 인식의 사슬을

채우고 달고 묶고 엮어서

'바라보기만 하는 자'가 아닌,


세상이 정해놓은 중력을 거슬러

자기가 추구하는 그 곳마저도 자기 발밑에 두는 자.

'삶을 견디는' 것이 아닌, 스스로 '춤추게' 하는 자.

삶에 고개숙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삶의 창조를 사랑하는 자.

도덕과 책무에 갇힌 것이 아닌, 자기사고를 포기하지 않는 자.

무거운 삶의 무게를 끌어안고도 가벼이 춤출 수 있는 자,

중력에 눌려 '견디는' 것이 아닌, '마땅히' 치러내는 자,

절벽 끝까지 자신을 끌어올리려 신을 믿기 전 자신부터 먼저 믿어버리는 자.

스스로 가한 형벌에서 자신을 풀어주는 자,

현재는 미래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 미래로 가는 하루뿐임에 순응하는 자,

자신을 심판앞에 세우지 않기에 연민조차 넘어설 수 있는 자.


중력에 눌리고 짓밟히고 갇힌 정신이 아니라

중력을 통과하며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정신의 소유자.


무릇 나이고 싶다.

이런 정신으로 나의 언어가 일을 하게 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내 안에서 분출되는 언어는 활발한데

24개 병사들의 전투력은 미흡하고

내 글이 영혼없이 차갑고 불쌍하진 않지만

24개 병사들의 섬세한 생명력은 불안하고

내 삶이 돌돌 말려 파닥거리지는 않지만

24개 병사들의 울림이 귀머거리의 귀에까지는 들릴까 의심스러우니


나는 니체의 영혼을 훔치고 싶다.

중력에 맞서 싸우는 그의 집요함을 내 것으로 갖고 싶다.

그의 사유를 내 피에 담아

나의 맥박을 따라

흐르게 하고 싶다.


타협 없는, 날 것 그대로 풍기는 삶의 냄새,

중력에 맞서 전투하는 흐뭇한 사유,

활발한 정신에서 자유로이 춤추는

죽지 않은 언어로 조합된

스물 네개의 병사들이


무겁기에 오히려 가볍고

차갑기에 오히려 뜨겁고

바닥을 기기에 오히려 드높은 생기가 솟는


그렇게

깊고 자유로운

내 어휘의 병사들을


나는 거느리고 싶다.


주> 니체, 내 가슴속의 양을 찢어라,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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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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