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했는데, 왜 사람들과 멀어졌을까

by 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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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신이시여!

어리석은 저는

이제 알았습니다.

이제라도 알게 됐고

이제서야 알아 냈습니다.


그간 날 옭죄던 '관계'의 함정과 함몰, 함성

무엇인지, 왜인지 어렴풋이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만과 사양(辭讓)이었습니다.

이 둘은 비상한 속임수로 제 삶에 들러붙어 있었습니다.


자신있게 표현했지만

경계를 조금 빗나가니 자만이 되었고

자신없어 마다했더니

경계에 미치지 못해 사양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넘쳐 자만이 되었고

겸손이 넘쳐 사양이 되다보니


자만은 사람들이 제게서 눈을 돌리고 귀를 닫게 만들었고

사양은 사람들에게 나의 존엄상실을 선포하는 어리석음이었다는 것을

저는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만을 잉태한 자신도

사양을 잉태한 겸손도

모두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도 이제는 알겠습니다.


내가 알고 있을 때,

느끼고 있을 때,

지니고 있을 때

그 것을 내 것이 아닌양 내밀어야 했었고


내 귀에 좋다고,

감사하다고,

대단하다고 들려올 때

그 또한 내 것이 아니니 가슴 일렁일 필요, 없었습니다.


비상한 속임수로 나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곳에 꼭꼭 숨어

나조차 알 수 없었던 추악한 감정을 찾아내어 바라볼 줄 아는 자,

그 속에 담긴 속임수에서 벗어날 줄 아는 자여야

진정 용감하고도 현명한 자인데,


나는 자신있어 그런 것이었다고,

겸손한 것이 왜 해가 되냐고,

나를 정시(正視)하고 직시(直視)하지 못했거나

했더라도 부끄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이제 나의 시야가 좀 더 내밀한 곳을 바라볼 줄 알게 되었고

이제 나의 시선이 그 것들을 날카롭게 노려볼 줄도 알게 되었으니

이제 그 안에 숨겨진 것들은 계속 새어 나오겠지요.


고름이든 농이든 모두 내 속에 있는 것이지만

밖으로 꺼내어야 내가 살듯

이 것들 역시 꺼내어야 내가 살겠지요.


손 내밀 때 나를 내려놓고

손 거둘 때 나만 돌아오면

잘 했는데 왜 내게 부담느껴 한발을 뒤로 물리는지

겸손했는데 왜 내게 섭섭하여 마음을 거두는지 알았을텐데.


나는 내 재주도, 내 마음도, 내 정성도

모두

내 것이

아님을

알았어야 했습니다.


내 것 아닌 것을 품었기에 독이 올라 내 속에서 추악스러워졌나 봅니다.

내 것 아니었기에 나의 관계에 금을 냈나 봅니다.

내 것 아닌 걸로 내 성을 쌓으려 했던 대가였나 봅니다.


내 것이라 여기는 순간,

난 당신의 것을 갈취했던 것입니다.

내 것이 아니라 여기는 순간,

당신은 내게 모두 주리란 것을 이제 압니다.


오! 신이시여!

이제는

묻지 않겠습니다.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자, 현명하다'는 아라비아 속담처럼

아는 것을 그저 아는대로 말하렵니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아니 현명하다'는 소크라테스처럼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렵니다.


자신도 겸손도 소용없는 세상.

그래서,

자만과 사양으로 서로 마음 다치지 않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 알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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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참여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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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의 : 건율원 (010-9056-9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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