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묻은 얼굴

순수함에 대하여

by 지담

순수하지 못하면 악취가 풍깁니다.

본능으로 감지된 악취는

내가 악취 속에 있었다는 반증일까요,

내가 악취에서 멀어졌다는 증거일까요.


순수하지 못한 눈동자는 흔들립니다.

흔들림을 감지하는 것은

내가 그를 흔들림없이 보기 때문일까요,

그가 나를 흔들며 감을 보기 때문일까요.


순수하지 못한 혀는 끈적입니다.

쩝쩝대는 소리없는 찜찜함은

말의 운을 떼기 위해서일까요,

운에 말을 맡기려는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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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지 못하면 자신이 아닙니다.

말에는 흉내가 드러나고

행동에는 시늉이 과하고

얼굴에는 도형만 자리합니다.


순수하지 못한 발꿈치는 깨끗합니다.

이리갈 때 머뭇거리고

저리갈 때 멈춰 서고

이리저리 모일 때 홀로 까치발을 세우니까요.


순수하지 못한 옷은 말끔합니다.

오물도,

허물도,

모두 피해버린 옷에는

삶을 통과한 얼룩도, 흔적도 남지 않았으니까요.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환희, 절망과 쾌락, 힘겨움과 인내,

공포와 기대, 울분과 시원함, 재미와 짜증,

그리고

모든 감각과 감정.


이 모두를

동등하게 대우하며 지나온 사람의 얼굴은

순수합니다.


얼룩은

지나온 자리의

증거입니다.


순수란,

내가 지나온 모든 감정과 이성이

현상과 마찰하면서도

애써 삭혀내며

자연스레 드러난

그저,

표현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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