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나는

따르기로 한 마음에 대하여

by 지담


늘 그 시간 그 자리에 있겠다고 약조했고

늘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어줘 고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으니

왜 그렇게까지 쉬지 못하냐는 책망도 함께 따라옵니다.


늘 미세하게 알려주려 정성을 다했고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살펴줘 고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잠시 망설인 나의 사양은

섭섭하다며, 왜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냐는 요구로 되돌아 왔습니다.


늘 부족한 나라서 계속 배워야 한다고 말해왔고

그 태도가 닮고 싶은, 멋진 모습이라 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유 속에서 거친 굴곡을 지나는 나의 시간들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 탓처럼 얹혀져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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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머물 때 나아가려 했고

남들이 떠날 때 지키려 했으며

남들이 간과할 때 한번 더 보려 했습니다.

남들이 등돌릴 때에도

나는 쉽게 손을 놓지 않으려 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냐며

어리석다는 눈빛과 함께

자신들의 기준으로 저를 설득합니다.


늘 모자라 실수도, 잘못도 많은 사람이라 이해를 구했고

그 솔직함이 겸손해서 좋다고, 누구나 그렇다고 말들 했습니다.

그러나 아홉번 잘못하다 한 번 잘한 사람보다

아홉번 잘해오다 모자라서 저지른 한 번의 작은 잘못은

왜 그렇게밖에 못했냐는 타박으로 날 아프게 합니다.


늘 결과없이는 다음이 더디니 앞서 걸었고

그래서 모두가 나아간다고,

그 과정 속에서 이루어 진다고 응원받았습니다.

그러나 결과 앞에서의 질주는

그냥 넘어가지 그랬냐는 원망으로 남았습니다.


늘 남과 다른 관점과 직관으로 사태를 주시하려 했고

그 시선을 갖고 싶다 해 알려 줬습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일이 되었을 때에는

자기 생각과 다르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선을 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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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힘과

사는 힘은 다른 차원입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온몸으로 통과하는 것은

결코 같은 에너지와 질량이 아닙니다.


앞과 거죽을 읽는 시력과

뒤와 깊이까지 견디는 지력 역시

서로 다른 감각과 질료로 삶을 굴리는 능력입니다.


이는

지켜내는 이유를 찾는 것과

합리를 찾으려는 태도의 차이이며

행동에 힘들 실을지 감정에 무게를 둘지의 선택, 즉

힘을 주는 방향의 차이입니다.

지켜내기 위해 제거한 판단과

지켜내지 않아도 되니 판단을 앞에 세운 자리의 차이입니다.

도달해야만 할 곳이 있어 걸음을 지속한 것과

도달하면 좋을 뿐인 곳이기에 발목을 묶은 흐름의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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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를 통과하며 나는

이유를 지키는 쪽을 택해 봅니다.

약조에 머무는 자리에 타협하지 않고

사태가 내게 알려주려는 의미를 빼앗기지 않고

관습으로 돌아가지 않는 방향으로 힘을 키워 봅니다.


내게는 이상(理想)의 울림이

누군가에게는 허상(虛想)의 잔상일 수 있고

내게는 진리의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상식의 활자일 수 있고

내게는 의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선택가능한 하나의 혜택에 불과했을지도 모릅니다.


'기꺼이'를 제거하고

'마땅히'만 남긴 태도.


이는 의지도,

욕구도, 열정도 아닙니다.


그저...

나에게 감사히 주어진

내 몫의 의무를

따르기로 한 마음입니다.


선택의 끝에 존재하는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을 손에 쥔 쾌락'을

쫓는 마음입니다.


그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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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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