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함의 신호

사라진 충만함에 이는 미풍

by 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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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는 알았습니다.


공허함은

채워야 하는 비워짐이 아니었습니다.


이만큼이었던 내가 저만큼 자라며 자연스레 생긴 여백이었습니다.

여백에 이는 바람이 낯설었을 뿐,

이는,

존재에게 감당할 수 있는 세계가 넓어졌음을 알리는 순풍입니다.


영혼은 더 맑아졌으니 더 멀리를 비출 수 있게 되었고

꽉 찼던 정신은 새로운 길을 내어 정리되었으며

복잡했던 심정의 심란함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 버렸고

버겁다던 신체는

이제 그 정도의 무게는 얕잡아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꽉 채워졌던 충만함이 사라진 공간으로

미풍이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공허함.

꼭 채워야 하는 비워짐이 아니었습니다.

난잡했던 정신이 길을 내었으니

이내 그 길 위로는 새로운 발길이 등장할 것이고,

맑은 영혼 곁으로는 사색과 소리없는 자극들이

조급하지 않게 다가올 것이며,

정돈된 심정에는 자극이 머물며 노닐 리듬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렇게 공허함은,

내가 커진만큼 생겨난

공간의 여유로운 호흡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또 어쩌면,

나 역시 어쩌지 못해

애써 닫아버리고 등 돌려 막아선 문이

자연스레 열리길 기다리는 시간인지도 모르지요...


# 토요일 오후, 무료인지 공허인지, 허무인지 외로움인지,

느껴보지 못한 어떤 감정속에서 한참을 노닐다가

문득 떠올라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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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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