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by 지담

나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갈등앞에서 침묵하며

때가 있을 것이라 현실을 등집니다.

마음이 가난해서입니다.


떠나려는 사람을

애써 잡지 않습니다.

내 정성이 부질없는 결론에 닿을까

피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가난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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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내게 연락하지 않길 바랍니다.

빚어지며 드러날 부정과 불쾌가

두렵기 때문입니다.

포용이 가난해서입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내게 다가오길 바랍니다.

홀로 남겨질

적막과 고립에 침잠될까 겁나서입니다.

겸손이 가난해서입니다.


내미는 손 잡기가 싫습니다.

잡는 순간 시작될 의무가

무겁기 때문입니다.

책임이 가난해서입니다.


묵주기도 한단을 바치기가

지겨운 건 신앙이 가난해서이고

소용없는 시간을 보내기에

짜증이 이는 건 시야가 가난해서이고

관계에 선을 그으며

거리를 두는 건 이해가 가난해서입니다.


나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이리 살아도 괜찮다고 여긴다면

나는 가난한데다 자만에 빠진 것입니다.

그래도 계속 이리 산다면

가난하고 자만에 빠진데다

게으른 사람인 것입니다.


크기만큼 담길텐데

부피만큼 부풀텐데

질량만큼 나눌텐데

여전히

가난한 사람,

나입니다.


이 생각에 머문 지금도

더 줄 수 있는데 손을 접을 때가 있습니다.

손해보기 싫은 마음이 앞서서입니다.

자연의 계산력이 가난해서입니다.


지난(至難)한 세월,

간난(艱難)한 인생,

가난(家難)한 인간이 나일지라도


수치보다 성찰이,

한탄보다 감사가 앞서니

저는,

부유한 사람이 되어 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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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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