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노래하고 춤추고 싶은 나를 위하여
나는
삶을 노래하고
춤추고 싶다.
국민학교 시절, 집에서 꽤 먼 곳까지 피아노를 배우러 다녔다. 음악성이 있었던 언니처럼 엄마는 나도 그렇게 피아노를 잘 칠 것이라 여기셨나보다. 아무튼 당시에 집에 독일 호**피아노까지 사주시며 수년간 피아노를 치게 하셨다.
혼날까 봐 다녔지만 어쨌든 체르니 40까지 쳤던 때를 잠깐 돌이켜 보니,
좋아하는 모차르트를 치기 위해서 제일 재미없었던
하농을 치며 손가락을 풀어야 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단 8개의 음계로 바흐가, 모차르트가, 베토벤이 탄생했다.
한글을 배울 때도,
산수를, 화학을 익힐 때도,
처음엔 ㄱ,ㄴ,ㄷ을,
2단, 3단, 4단을, 원소기호를 외웠어야 했다.
지금 나는 글을 쓴다.
매일 쓴지 40여개월.
하지만 난 여전히 구구단의 5단 수준이다.
이것도 과한 평가일지 모르나
하농을 매일 치며 손가락을 풀었듯이
구구단을 매일 외우며 산수를 알아갔듯이
지금 나는 28개의 모음과 자음으로 매일 정신을 푼다.
싫은 음계가 있다고 안 칠 수가 없고
8단이 어렵다고 건너뛸 수 없듯이
싫은 어휘가 있다고, 어렵다고, 하기 싫다고
안 쓸 수가 없다.
하농을 쳐야 모차르트와 놀 수 있고
구구단을 외워야 방정식을 풀 수 있듯이
이 지난한 과정이 지나야
글과 나는 놀 수 있다.
나는
삶을 노래하고
춤추고 싶다.
무용수는 수천번 점프를 하며
다리가 접히고 발가락이 뭉개져도
단 1cm의 비약을 기어이 보행으로 이뤄내어
자신의 무대위에서 영혼을 춤춘다.
화가는 7개의 무지개색을 이용해
수천수만가지의 색을 창조하고
하나의 단순한 선을 수천만번 그으며
자신의 캔바스 위에서 영혼을 그려낸다.
수많은 단어들을 선택, 조합하고
조사와 접속사, 부호를 사용해봐야
내 정신이 일궈낸
노래를 만들고
백지 위에서 춤출 수 있다.
오로지 반복과 연습밖에 없다는 진리를
나는 온몸으로 알고 있다.
28개의 재료로
지어내는 글은 아직 어눌하다.
하지만,
하농을 매일 치며 모차르트와 놀았듯이
9단까지 외우고 방정식과 춤췄듯이
언젠가
정신을 노래하고
글로 춤추는 날은 올 것이다.
그렇게 나는,
삶을 노래하고
춤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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