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착각해야 만나는 힘이 있어

엄마의 유산

by 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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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알아시피 엄마는 7080-8090발라드를 틀어놓고 살잖아.

글쓰다가 잠깐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날 때면 노래를 크게 틀고

노랫말에 흠뻑 취해서 혼자 웃다가 울다가 그러잖아.

밥할 때도, 마당을 단장할 때도, 빨래를 널때도.

쩌렁쩌렁.


김현식, 송창식, 시인과촌장, 동물원, 들국화, 한대수부터

이승철, 임재범, 이승환, 김동률.

암튼,

그냥 줄줄 연이어 나오는 노랫말들은

그냥 가슴에 닿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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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랬어.

아침을 지으면서 노랫말이 흐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엄마는 자만했던 것 같아.

엄마의 결정대로 움직이면 덜 힘들고 덜 아플거라고 판단했어.

그런데 실제 살아보니 아니더라.


판단이 잘못 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덜 힘들고 덜 아픈 경우는 없는 것 같아.

항상 판단 뒤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픔과 힘겨움이 뒤따라.


그런데 엄마는

덜 아프기 위해 내린 판단이

더 아프게 할 지도 모른다는 변수를 제거한 채

착각속으로 발을 내딛었어. 늘.

그게 인생이더라.

그렇게 경험이 쌓이고 지혜도 쌓이는 것이겠지만.


판단에는

결코 오늘은 알 수 없는 내일의 통증은 있어.

내일. 이라는 단어는 그래서

새로운 시간만이 아니라

시간이 품고 있는 모든 감정과 힘의 새로움이 담겨 있어.


아이야,

그래서 '시작'은 '처음'과 다른 단어같아.

사전적으로는 같은 의미이겠지만 체감이 달라.

'처음'은 말 그대로 전혀 경험이 없는 상태의 시작같고

'시작'은 뭔가 움직이면서 느껴지는 다른 층위의 도전같아.


살면서 '시작'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느껴지는 순간은

어떤 내일에 문득 찾아오더라.

판단하고 결정하고 처음 시작한 삶이지만

어떤 순간,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날이 오더라구.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였어.

엄마는 늘 '오늘이 시작이다', '오늘 쓰는 글이 나의 처음이다'하며 쓰는데

요즘 엄마가 예전에 쓴 글들을 다시 수정하면서

이제 시작이라고 느껴지거든.


예전 엄마의 글에는 주장만 나열했더라구.

그 글들을 보면서 아주 놀라웠어.

왜 내가 이렇게 주장과 선언을 남발했지?를 알게 되면서

글에서 주장을 빼고 선언을 숨기는 글로 고치고 있어.

그러다 보니

글 쓰는 게 너무 어렵고 힘들어.

못 쓰겠어.


하지만, 그만 쓸 생각도 없고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그러다가,

혼자 이렇게 말하더라.


'아. 이제 시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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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솔직히 설레기보다 두려워.


아이야.

그래도 엄마, 이제 시작하려구.

진짜 시작.

지금부터의 통증은 또 얼마나 엄마를 힘들게 할 지 몰라.

착각속으로 또 걸어가고 있으니까.


이것을 희망이라고 해도 좋고 성장이라고 해도 좋은데

희망이든 성장이든

둘 다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어야만

결과로 맺어지잖아.


주저리주저리 또 말이 많았네.

결국, 엄마는

매일 착각 속에서 판단하고

그 판단에 배신당하고

배신으로 성장하고

성장으로 변화하면서 나아가.


뒤돌아보면,

처음 시작했던 글은 쌓여 있어.

지금까지의 '오늘'은

1450여편의 글로 쌓여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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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 시작이야.


처음 어떤 일을 시도하지만

진짜 시작은....

그 시도한 것의 양이 쌓였을 때,

몸에 어느 정도 체화되었을 때

감으로 느껴진단다.

그 감이 착각인 것도 알지.

진짜 시작하는 엄마 마음이 엄청 힘들거든.


그런데 엄마는 이것도 알아.

착각속으로 걸어들어가야만 생겨나는 힘도 있다는 거.

오기같은 거.

끈기같은 거.


오기가 생기면 그 다음도 있을거야.

이건 착각이 아니야.

왜냐면 어떤 단어든 층위가 있거든.


끈기는 오기를,

오기는 투기를,

투기는 광기를 일으켜.

미친듯이 그것밖에 모르는 광기.

그리고 살기로 이어지지.

서슬이 시퍼런 결기같은 거 있잖아.


분명 엄마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힘겨움과 씨름하겠지만

오기에 끈기를 보태

살기가 되면

과거의 글과 과거의 실력은 죽어.

새로운 글, 새로운 실력이 생기지.


그래서,

엄마는 또 착각의 길로 간다.

그러나,

착각의 길 끝에는

엄마가 매어놓은 믿음의 열매가 분명하게

있다는 것을 사실로 믿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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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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