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시골에 왔을 때 분홍옷을 입은
이쁜 여자아이 하나가 마을을 마구 활보하고 다녔다.
까미.
까만 귀에 짧은 다리,
아무나 잘 따르고
아무데서나 잘 뒹굴고
아무 대문이나 들어가 놀았다.
그런데 어느 날,
까만 까미의 젓꼭지가
여섯 개가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안 보이다가
죽었다.
콩이랑 깐이.
까미랑 너무 똑같이 생긴
콩과 깐.
콩이는 이장님댁에서 키워지고
깐이는 까미집에서 계속 키운다.
콩이는 마당에 목줄을 하고 항상 밖을 보고
깐이는 엄마처럼 온동네를 마구 휘저으며 다닌다.
마을을 한바퀴 돌 때마다
깐이는 내게 꼬리치며 짖어대고 멀리까지 따라오지만
이장님 댁을 지날 때 문득 돌아본 콩이는
목줄에 매여 짖다가
서서히 소리도 삼키다가
오늘은,
눈길마저 거뒀다.
콩이와 깐이.
서로의 차이로
각자의 세계는 다르다.
관심주지 않으면 관심에서 멀어진다.
소리와 거리는 관심의 크기이고
그 크기만큼 자기 세계는 정해진다.
콩이는 깐이의 다리가 부럽고
깐이는 콩이의 밥그릇이 부럽다.
콩이는 깐이보다 편하고
깐이는 콩이보다 위험하다.
자유와 안전은
늘 서로에게 등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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