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독서를 끝내고 마을 한바퀴를 돈다.
마을 회관 앞 정자에서 커피 한잔을 마신다.
오늘은 월요일.
마을의 어르신들은 벌써 주황조끼를 입으시고
온 마을을 도시며 쓰레기를 주으셨다.
누가 더 많이 줍든지
줍지 않고 자기 할일을 하든지
그 어떤 타박도 없으시다.
모두의 얼굴엔 그저 웃음만 있다.
비교가 없는 세계.
나를 보며 다들 한마디씩 하신다.
'한바퀴 휘~ 돌고 오는겨?'
'커피 마시고 가'
그저 반가워만 하신다.
관계를 수단으로 보지 않는 세계.
호미를 쥐고 굽은 허리를 더 굽힌 어르신께 난 말을 건넨다.
'뭘 그리 파세요?'
'여름 내 파내도 사람이 풀한테 져'
그 옆을 지나시는 할머니가 한마디 보태신다.
'욕해! 나오지도 못하게 파낸다고.'
그 옆의 할머니가 갑자기
'머리빗자!' 하신다.
송이가 꼬리치며 할머니에게 머리를 들이밀자
실버카에서 파란빗을 꺼내어 쓱쓱 빗겨준 후
간식으로 명태부스러기를 내미니
녀석은 좋다고 더 꼬리를 세차게 흔든다.
그 옆에서 송이 간식을 낼름 뺏어먹는 콩이.
저 쪽에서 사랑넘치는 큰 소리가 또 들린다.
'너 왜 할머니따라 안오고 친구따라 갔어?
얼른 집에 가!'
콩이는 얼음이 됐다.
잘못한 것을 녀석도 안다.
월요일 시골의 아침은
이렇게 웃음뿐이다.
그냥 하고
그냥 말을 건네고
그냥 웃는,
판단이 필요없는 세계.
비교도 규칙도 없는데
어긋나지도 무너지지 않는 세계.
인위도, 저항도 없고
이치만 흐르는 자연의 세계.
이상하다.
낯선데 편하다.
이미 알고 있어야 할 것인데 새삼스럽다.
아무 것도 강요하거나 눈치주지 않는
이 세계에서 나의 한주가 시작된다.
사람이 본래 서 있어야 할 자리는
이런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르신들이 모두 마을회관으로 들어가시고
실버카 옆을 송이가 지킨다.
- 2026. 4. 2. 아침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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