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함에 대한 소고
부족하다.
헤어스타일로 이미지를 잡고
배에 힘주고 하루 보낼 각오로 역할에 딱! 맞는 의상까지 입었지만
이 역시 부족하다.
억지 웃음으로 입꼬리에 고무줄을,
화려한 귀걸이로 금간 자존심에 밴드를,
빨간 구두로 낮은 자존감에 높이를
그래도 부족하니
먼저 악수청하며 화통한 척
명함내밀며 잘난 척
상대가 내민 명함은 5초정도 유심히 봐주는 걸로 관심있는 척
반보 뒤에 걸으며 존중하는 척
'드시고 싶은 거 드세요'하며 있는 척
여전히 부족하면
하고 싶은 말대신 상대가 듣기 좋은 말로
먹고 싶은 음식대신 상대가 고르면 맞장구치는 걸로
앉고 싶은 자세대신 고상하고 우아한 다리꼬기로
무지한 머리대신 최신 뉴스머릿기사로
차가운 가슴대신 손은 따뜻한 걸로
싫어하는 내색대신 뭐든 괜찮은 통넓은 나로
대상에 대한 분풀이는 뒤담화에서 푸는 걸로!
화장하고
분장하고
치장하고
이도 모자라
포장까지 하니
내가 아닌 다른 인물로
변장됐다.
그제서야
내 오감이 나를 외면하는 걸 알아챘다.
세네카는 '자기를 꾸미려고 하는 그 정도의 열의가 효과를 나타낸다고 해도,
늘 가면을 쓰고 사는 사람의 삶은 즐겁지도 않고, 마음도 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끊임없는 겉치레로 고통받느니. 순박하게 살면서 멸시받는 게 낫다'고 했다.
무조건 동감이다.
내가 아닌 나로 잘나질까?
내가 아닌 나로 진실할까?
내가 아닌 나로 즐거울까?
그렇게..
내가 아닌 나로 살아질까?
신데렐라처럼 다시 나로 돌아가니
그 맑고 선한 눈빛이 돌아오고
순수한 우윳빛깔 피부가 오히려 화사하고
어눌한 말투와 날 조였던 긴장이 편안함으로 이동하더니
내 눈과 혀와 손은 내 발가벗음에 감사해하며 자연스럽게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낸다.
이제서야 '아! 너였구나!'
세상은 나를 알아채고
나의 오감을 돌려준다.
예뻐보이겠지만 아름답지 않다면
밝아보이겠지만 가시가 있다면
정직해보이겠지만 양심이 운다면
단순해보이겠지만 꾀가 많다면
화통해보이겠지만 의도가 있다면
커보이겠지만 너머를 보지 못한다면
이 어찌 진실하다 할 수 있을까?
모르면 모르는대로
느끼면 느끼는대로
알면 아는대로
보이면 보이는대로
들리면 들리는대로
우리 그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척', '체' 하지 않으면
'탓'할 일이 없어진다.
결코
잘나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못난 나를 드러내면
오히려 잘난 내가 되니까.
참고 : 세네카 '인생철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