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입에선 종이 말들이 튀어나와
분홍색 도화지
갈색 색종이
거무튀튀한 재활용지
인쇄기처럼 매일 종이를 인쇄하지
가위입은 종이 말을 자르곤 해
싹둑싹둑
바닥에 떨어진 종이 말
꾹꾹 발로 밟아보지
쥐어짜면 그 속에 담긴 진심이 흘러나오거든
재잘거리는 가위입은 군침을 흘려
흘러나온 진심은 달콤해
하지만 먹지 않아
가위로 난도질을 할 뿐
두 칼날의 만남은
다른 입들과 가위입을 갈라 놓아
교차점은 또 하나의 분기점이듯
그러곤
가위입의 화산이 폭발하지
펑, 그리고 펑
식상한 마그마
재미없는 잿더미
듣기 싫어, 자기는 자르면서 말이야
가위입은 결국 녹슬어야 해
말을 자르지 못해 부식해야 돼
녹이 슨 가위는 점점 부서지겠지
그러면 사람들이 돌아오겠지
가위입은 어쩌다 가위입이 됐을까
가위입도 처음에는 그냥 입이었겠지
삶이 가위를 단단히 박았다면
가위는 삶이 분해해줘야 할까
그 삶은 가위입의 삶이야,
가위입의 삶이 아니기도 하지
나의 말을 자르는 사람은 살면서 가장 만나기 싫은 사람이다.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그 시간은 끔찍하다. 과연 그 사람은 어쩌다 가위입이 되어 우리의 말을 자르는 것일까. 인류학은 말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나는 데 가장 적합한 것들이라고. 아마 그 사람이 있던 환경은 말을 자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