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늦가을의 연못
물 위로 부유하는 빨긋한 단풍잎 무리
무리 지어 움직이는 낙엽들 사이로
한 나그네의 모습이 비친다
연못은 거울처럼 맑아도
결국 쌀쌀한 늦가을의 바람이 불면
연못에 비치는 나그네의 모습은
촛불처럼 힘없이 흔들린다
나그네는 망령들 사이로 보이는
연못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시들한 바람에 휘청거리는
연못 속 나그네를
자신의 모습으로 믿는다
태풍이 불어도 단단히 박힌 잡초처럼
길손은 굳건히 서 있다
실바람에 요동치는 늦가을의 연못처럼
길손은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