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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늦가을의 연못, 그곳을 바라보는 나그네

by 어린길잡이

고즈넉한 늦가을의 연못

물 위로 부유하는 빨긋한 단풍잎 무리

무리 지어 움직이는 낙엽들 사이로

한 나그네의 모습이 비친다


연못은 거울처럼 맑아도

결국 쌀쌀한 늦가을의 바람이 불면

연못에 비치는 나그네의 모습은

촛불처럼 힘없이 흔들린다


나그네는 망령들 사이로 보이는

연못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시들한 바람에 휘청거리는

연못 속 나그네를

자신의 모습으로 믿는다


태풍이 불어도 단단히 박힌 잡초처럼

길손은 굳건히 서 있다

실바람에 요동치는 늦가을의 연못처럼

길손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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