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힘겨운 이에게
땀을 흘리지 말라고 말하지 않겠다
미간을 찌푸릴 만큼 차가운 물 한 잔 그에게 주겠다
뚝뚝 흘리는 땀방울이 지면에 떨어질 때,
둥그런 것에 복권 번호가 새겨져
유리 구체 안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는 것을 보았다
바닥에 있던 공은
솟아나는 바람에 올라가고
곡선의 벽을 타고 내린다
반복되는 그 짓에서 시큼한 냄새가 나더라
공 하나에 울고 웃는 사람들
남몰래 공들을 훔친다
두 손으로 고이 감싸곤 살살 흔든다
응어리지는 방울들, 짤랑짤랑
힘껏 하늘을 향해 내던진다
충빠지는 푸름아
빛나는 샹들리에 되지 말고
갓길에 고개 숙인 가로등 되어라
사람의 눈물이 복권 번호가 새겨진 공이 되어 투명한 유리 구체 안에서 놀아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솟구치는 바람에 날아 올라 유리벽에 부딪히며 신음 소리 내는 것을 들었습니다. 공들의 열정이 녹은 땀방울은 시큼한 냄새가 났습니다. 프로그램의 진행에 따라 공들은 차례차례 밖으로 흘러 나왔습니다. 누군가는 탄성을 내지르고, 누군가는 곡소리를 냈습니다. 그 광경에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용기를 내봤습니다. 남몰래 그 공들을 훔쳤습니다. 주무르는 것이 그들에게 아플까 봐, 두 손으로 고이 감싸곤 살살 흔들었습니다. 저만의 위로 방식이었습니다. 뭉치고 또 뭉쳤습니다. 제법 커지자, 저는 그 뭉치를 하늘을 향해 던졌습니다. 이쁘게 나아가지는 못했습니다. 충빠지는 화살처럼 떨리는 몸으로 하늘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민들레 씨처럼 세상에 퍼져 나가겠죠. 다만 높은 천장에 달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샹들리에가 되지는 않기를 바랐습니다. 어둑한 거리를 누렇게 빛나도록 제 희망을 비추는 가로등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목이 아프고, 어쩌면 거북목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땐 제가 그들의 어깨를 주물러 드려야겠습니다. 불쌍하지만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제 블로그에 사용된 그림은 뤼튼 AI를 통해 만든 이미지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y5spIdSWHs
이 노래를 들으면서 시를 써봤습니다. 꽤나 괜찮은 노래입니다. 희망찬 멜로디에 절망적인 가사. 에반게리온의 특징을 잘 담아낸 노래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거부감이 드시는 분도 더러 있습니다만, 이 노래만큼은 거부감이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