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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냥 지나쳐야 했던 양떼를 바라봤네

by 어린길잡이
img.png 무지개 밑, 양들의 떼죽음. 볼 자격이 있을까



울컥

머금을수록

쓰다듬을 수 없다

눈물의 양떼는 늘어만 간다


우리 속

싱긋한 풀밭은

사라져가네


가슴 속에서 마구 날뛰는

혁혁한 양들의 시위

그래,

이제는 풀어줄 시기다

미지가 도사리는 울창한 숲으로


굶주린 늑대 떼가

양들을 몰이 사냥한다면

지켜만 보아야지

설령 양들의 대장이

절벽의 끝으로 돌진하더라도

지켜만 보아야지


딱딱한 법칙대로

생태계는 살아남아야 한다

낭떠러지는 비극이라지만

관찰하지 못하면

죽음이 아닌 실종


무지개를 볼 수 있던

가탈거리는 나의 시선,

무지개 밑 양들의 떼죽음을

결국 봐 버렸네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나쳐야 했음을

거두고 나서야

알아버렸다


수굿수굿

고개 숙인

마지막 공터에서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비극은 자신에게 누군가를 도울 능력은 없지만, 도와야 하는 사람을 발견한 순간일 것이다. 차라리 몰랐으면 부끄럽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았겠지만, 결국 봐버렸다.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무시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사람에겐 능력이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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