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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혜존

by 어린길잡이


화려했던 순간의 기억은 희미하고


담백했던 순간의 기억은 강렬한 삶임에도


화려함을 좇다 담백함을 잃네요


잠시 좇음을 내려놓아


오는 대로 누려보곤


감사함을 제 발자취에 둡니다




당신을 오려내어 저를 이루심을 잘 압니다


잘려 나간 단면은 날카로웠겠지만 지금은 부드럽네요


날카로웠다는 사실이 슬프진 않습니다


살을 에는 모서리를


까칠한 사포로 몇 번을 문질렀을까,


답이 없는 질문이 제 속을 맴도네요




나날이 컸던 것은


나날이 줄어든 덕분이겠죠




꽃밭을 업어


등이 굽어버린 탓에


응달이 되어버린 당신의 가슴




조금만 있으면


잎이 돋을 봄이 옵니다


산뜻한 꽃의 내음을


먼 곳까지 가시진 마시고


등이 아닌 가슴에서 맡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했습니다


또 오겠습니다






길었던 명절의 기운이 완전히 가신 월요일입니다. 잠시 멈췄던 일상의 톱니바퀴가 다시금 돌아가기 시작하네요.


삐거덕거리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금세 회복하실 겁니다. 여러분의 앞길을 응원합니다.



인복이 좋은지라 감사한 사람이 많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드리지 않지만, 속으로는 늘 감사히 생각합니다. 표현을 써보는 일은 이리 쉬워도 직접 표현하는 일은 제법 어렵습니다. 그런 탓에 그분들이 속상하시진 않을까 죄송할 따름입니다.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들을 염치없이 글로 썼습니다. 오늘 이 시를 붙여 편지의 형태로 마음을 전하고 왔습니다. 다음번엔 말로 해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가볍다면 가볍게, 진심이라면 진심으로 글을 써봤습니다. 틀을 버리고 진심만 남겨둡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나은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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