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을 음으로 듣는 느낌
올해 연주하게 될 곡 중의 하나는 영산회상 중 ‘염타군’이다.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을 줄여 부르는 이름이다. 정악이라고 분류되는 국악곡 중 하나인데, 듣기에 다소 낯설고 접하기 힘든 곡이다.
예전에 천문학회 40주년 기념이던가, 정악 축하무대를 본 적이 있다. 정성을 들여 마련한 무대지만, 재미도 없고 심심하고 지루하게 느껴져 심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우리 부산교사국악관현악단에서 정악을 연주한다고 한다. 아! 내가 들어간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망했다. 그렇게 지루하고 심심한 음악을 청중에게 들려주다니. 내가 놀랬던 그 느낌을 갖을 것이 뻔한데, 난감하다. (실제 2025년 공연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맛이 살아났다. 역시 부산교사국악관현악단 짱!)
염불도드리는 ‘두웅-’ 하고 여음을 남기고, 또 ‘두웅-’하고 여음을 남기다가 마지막에는 빠르게 마무리하는 곡이다. 여러 번 연습하다 보니 ‘두웅-’하고 여운이 길게 이어지는 그 순간에 뭔가 마음이 정갈해 지고, 도를 닦는 느낌이 들었다. 거문고를 연주할 때면, 약간 뭔가 내 마음의 말이 소리로 전달되어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문제는 그 말이 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국악관현악단에서 협주곡을 합주할 때면 더 그렇다. 모든 곡이 그런 것은 아닌데, 어떤 곡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곡도 있다. 이상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국립 국악원 거문고 연주자 김준영 아티스트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거문고는 수양의 도구다. 연주하다 보면 내가 더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거문고를 이리저리 만지다 보면, 거문고 스스로가 소리를 먼저 내게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라고 말했다. 유명한 아티스트도 그렇게 느꼈다니, 괜히 기분이 좋다.
영산회상은 조선후기 양반과 중인 사이에서 오랫동안 유행했던 음악이라고 한다. 원래는 ‘영산회상불보살’ 이라는 가사를 가진 불교 성악곡이었으나, 유교 조선에서 17 세기 후반부터 기악화 되었다고 한다. 모든 곡에 ‘오로지 하나님을 찬양하라’라고 싸인하고, 기독교 신앙을 음악으로 구현했던 신학자 요한 세바스찬 바흐 (1685-1750) 가 자연스럽게 교차된다. 음악을 통해 영성에 이르고자 했던 동서양의 모습이 어쩐지 겹쳐진다. 마음이 충만해 진다.
자료출처:
처음 만나는 국악수업, 이동희 (초봄책방, 2025), p.173
https://youtu.be/eo3uYogUN6g?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