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7.(토) @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감동의 시작은 ‘해설’에서
지난 6월 7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제40회 대덕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이번 무대는 ‘슈베르트 전곡 시리즈’중 하나로, 교향곡 제1번이 연주되었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슈베르트 외에도 하이든의 교향곡 제2번, 그리고 엘레간테 콰르텟의 협연으로 연주된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과 그 앵콜곡 ‘소녀와 죽음’이 함께 구성되어 다채로운 클래식 음악의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대덕오케스트라의 장점 중 하나는 지휘자가 직접 해설을 곁들이며 음악을 안내해 준다는 점이다. 슈베르트 교향곡 제1번 2악장의 주요 멜로디를 사전에 반복해서 들려준 덕분에, 신기하게 그 악장 전체가 잘 들렸다. 멜로디에 조금 익숙해 져서 그런가 보다.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관객에게 신기하고 고마운 배려였다.
연주를 들으며 감정이 일렁이는 순간들
슈베르트 교향곡 제1번의 3악장과 4악장은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의 뿌듯함, 기쁘고 기쁜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계속 잘 될 것 같은 기분. 공연을 보고 난 뒤, “이루어내서 기쁘고 벅차고 더 자랑하고 싶을 때 더더더” 제목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두 곡을 넣어 두었다. 지금 쓰고 있는 책이 연말에 나오면, 이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것이다.
반면, 하이든 교향곡 제2번의 2악장 안단테는 좀 더 내면적인 분위기를 지닌 곡이다. 지휘자의 설명에 의하면 꿈의 느낌이랄까. 그리움과 두려움. “꿈-그리움과 두려움”제목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섬세하고 내면적인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 들어야 겠다. 햇살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나른한 오후에,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해 질 녘처럼.
팜플렛의 표지 그림
팜플렛 표지 그림은 김강훈 지휘자께서 그린 것일지도 모른다. 국내외 아트페어에 작품을 출품하며 미술작가로 활동 중이라 했으니, 그럴만하다. 음악을 듣기 전에는 어린아이의 발랄함과 난장판, 재잘거림과 시끄러움, 신남과 놀람이 느껴졌다. 공연이 끝난 뒤 다시 보면, 마치 슈베르트의 3, 4악장의 즐거움으로 날개를 달아 통통 뛰어 오르고 날아오르는 느낌이 든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고 무엇이든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의 그림이다.
연주하기 어려운 슈베르트
지휘자의 해설에 따르면, 슈베르트의 교향곡 전곡은 난이도가 높아 연주되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 악단을 운영하는 스승님께 “슈베르트는 왜 안하세요?”라고 물었더니, 말없이 빤히 쳐다보셨다고 한다. 그만큼 연주자 입장에서 부담이 큰 레퍼토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작품을 이번 연주회에서 과감히 선택한 것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용기와 멋이 아닐까. 하고 싶은 음악을 망설이지 않고 선택하는 용기, 무대에 올리는 멋드러짐, 그 감동을 관객과 나누려는 마음. 멋있고 고맙다.
그 기분, 조금 알 것 같다. 부산교사국악관현악단에서는 작곡자이자 지휘자였던 조익래 선생님께서 작곡한 곡을 직접 우리에게 연주할 수 있도록 해 주신다. 작곡자의 곁에서 그 음악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이다.
지휘자도 연주자도, 앵콜에 진심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서, 김강훈 지휘자가 직접 무대로 다시 나왔다. 대전 관객의 특성인지 ‘앵콜’을 외치진 않지만, 끝이 안 날 정도의 우렁찬 박수로 그 기대를 표현했다.
그는 “어려운 슈베르트 연주를 연습하느라 앵콜곡을 준비 못했다”고 말하며, 즉석에서 무반주 바이올린 솔로를 연주했다. 이미 지휘를 마친 뒤라 팔이 무거웠다며, 바이올린 활 대신에 비올라 활을 사용한다고 했다.
처음 알았는데, 바이올린 활과 비올라 활은 평균 5 ~ 10g 정도 차이가 나며, 그 미세한 무게 차이가 소리의 느낌에 영향을 준다.
지휘자는 즉석에서 비올라 활은 비올라 제자에게 바이올린은 바이올린 제자에게 빌려서 연주하셨다. 팔이 무거운 상태에서 연주해야 해서, 아마도 비올라 활의 무게에 살짝 기대어 연주를 해 주신 것 같다. 연필 한 자루 만큼의 5g의 무게 차이. 프로다. 그 작은 차이로도 마음을 일렁이는 섬세한 바이올린 음악이 나올 수 있는 거구나. 속삭이듯 내면으로 파고드는 바이올린의 아주 여린 서정적인 음색, 그 미묘한 무게 차이로 구현하는 것이다. 앵콜을 커버해 주는 지휘자 선생님이 오케스트라를 얼마나 아끼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음악으로 이어지는 따뜻한 마음
이번 연주회는 멋진 공연을 넘어, 예술과 교육, 성장이 어우러진 무대였다. 협연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바이올리니스트 이호재, 박에스더, 비올리스트 임나현, 첼리스트 진주현-모두에게 무대는 자기 표현과 감사의 시간으로 남았을 것이다.
지휘자 김강훈, 첼로에 임인성, 그리고 모든 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이라도, 이번 대덕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쉽게 다가올 수 있었다. 설명이 있었고, 이야기가 곁들여지니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