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무는 시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2025.6.24.(화) @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by 이녹스

"바람이 머무는 시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2025.6.24.(화) @ 2025.6.24.(화) @ 부산문화회관 대극장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창작 위촉곡 시리즈 II, 부산국악작곡가협회와 함께한 공연이 “바람이 머무는 시간”이라는 주제로 펼쳐졌다. 다섯 분의 국악 작곡가들이 각각 창작한 곡들로 구성되었고, 그중 한곡은 우리 부산교사국악관현악단의 (전) 지휘자이신 조익래 선생님께서 작·편곡하신 곡이어서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공연장에 갔다.


따듯한 인사


2024년에 작고하신 황의종 선생님은 부산국악작곡가협회 회원들의 은사이시다.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황의종 선생님 작곡 “풍·아·송”이 연주되었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작곡자 다섯 분이 함께 고인을 기억하며, 사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시간이 있었다. 또한 이번 무대를 끝으로 관현악단에서 퇴임하시는 세 분의 연주자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이 전달되었고, 무대 위에서 동료 단원과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지역에서 함께 오래도록 아름다움을 나눈 시간들이 겹쳐져 가슴이 따뜻해졌다.

무대에서의 연주단원 퇴임식


엄마야 누나야


조익래 선생님은 우리에게 익숙한 ‘엄마야 누나야’를 국악의 장단과 박자, 시김새를 살려 다채롭게 편곡하셨다. 이 곡은 우리 부산교사국악관현악단이 올해 말에 공연할 곡이기도 하다. 프로들의 연주는 (당연하지만) 너무 달랐다. 동일한 여러 명의 악기가 하나의 악기처럼 소리가 났고, 다양한 악기들의 음량의 균형도 완벽해서 편안하게 음악에 몰입할 수 있었다.


천년의 악기, 지금의 음악


천년의 악기 거문고. 천년동안 이 악기로 음악을 연주하고, 작시하고, 시를 노래해 왔을 것이다. 그동안 불려 온 음악은 모두 달랐겠지. 지금 이 시대 우리는 여전히 이 악기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든다. 강물은 계속 흐르고, 바람은 불고, 파도는 일렁이지만 그 자리에 늘 머무는 작은 섬처럼, 천년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가 지금 그 작은 섬을 지나가며 쓰다듬고 앞으로 올 천년도 이 악기가 살아남길 바란다. 고귀하다.


무엇이 그리워서 눈물을 흘리는가


공연 중 황의종 선생님의 “풍·아·송”은 김해시립합창단과 함께 연주되었고, 소리에는 박성희 수석이 함께 했다. 가사와 함께 들으니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 곡은 조상에서 후손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의 ‘우리’를 어린아이로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가슴속에 늘 자리하고 있는 꿈과 그리움이라고도 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초등학교 시절의 한 장면이 스냅숏처럼 떠올랐고, 눈물이 났다. 경쾌하고, 웅장하고, 고요하기도 한 음악에서 눈물이 날 줄은 몰랐다. 그 순간, 무대 옆 모니터에는 “무엇이 그리워 눈물을 흘리는가”라는 가사가 올라왔다. 그립고 아쉽고 어린 마음이 불쌍했던 그 순간. 음악은 그렇게 마음을 건드렸다.


공연장에서 만난 뜻밖의 우연


공연이 끝나고 로비에서 예상치 못한 분을 만났다. 고등과학원의 박창범 교수님이었다. 올해 한국천문학회 창립 60주년 기념 만찬 전 공연에서 함께 무대에 올랐던 분이다. 이번엔 김명옥 작곡가의 곡을 들으러 서울에서 오셨다고 했다. 김명옥 작곡가는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 위촉연구원이었고, 그 기획위원장이 박창범 교수님이라니 - 이런 우연이 있나.


국악과 수학


김명옥은 인공지능(AI) 국악 전문가다. 2022년부터 고등과학원의 초학제 프로그램에서 국악 분야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정재훈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및 여러 수학자들과 함께 AI 작곡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위상수학을 이용해 국악의 원리와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작곡한 국악을 무대에 올렸다. 김명옥 연구원이 다듬어 실제 무대에서 완성한 것이다.

이날 공연에는 선릉아트원의 송영옥 대표, 정재훈 교수도 참석해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국악의 원리와 특성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작곡하여 곡을 완성한다는 사실은 생각지도 못한 영역이었다. 게다가 이 작업을 수학의 석학들이 주도하고, 국악 작곡가와 협업한다는 점에서 감탄했다. 지성과 감성이 만나는 것을 실제로 해보고, 전통과 기술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새로운 예술 같다.


이어지는 마음


이번 공연에서는 (고) 황의종 선생님의 예술혼과 함께, (이 공연과는 별개로) 고등과학원의 초학제연구를 새롭게 알게 되는 자리였다. 그 외에도 황의종 선생님의 자리를 이어 부산대학교 한국음악학과 교수인 이정호 작곡자의 경쾌한 ‘삶의 노래’, 소프라노와 함께한 ‘사랑가’등도 인상 깊었다. 조상들의 소중한 악기를 변화하는 시대의 음악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따뜻하다.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40414500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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