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움답다: 본질 그대로의 아름다움
지난 11월 2일 일요일 오후 5시에 부산문화회관 중강당에서 부산거문고악회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나의 첫 거문고 스승님이신 신아진 선생님이 속해 있던 곳으로, 선생님의 공연을 보러 가게 된 것이 기회가 되었다. 부산 대부분의 거문고 연주자와 학도들이 모여 있는 악단으로, 부산대학교 권은영 교수가 이끄는 연주단체이다.
이번 정기 연주회의 대부분의 곡이 위촉 초연작이었다. 천년을 이어온 악기로 현대의 정서를 담은 새로운 곡들이 무대에 올랐고, 관객과 함께 나눈다는 것이 벅차오르는 감동이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2021년 위촉곡인 양승환 작곡의 거문고 합주곡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포함해서 위촉 초연으로 차민영 작곡의 <HERO>, 손다혜 작곡의 거문고 합주를 위한 새로운 울림, <단현지인>이 소개되었고, 개작 초연으로는 변훈 작곡, 권은영 편곡의 <명태>, 김백찬 작곡의 <역동 (Dynamic)>이 무대에 올려졌다.
연주된 모든 곡이 거문고의 맛을 잘 살렸는데, 그중에서 김백찬 작곡의 <역동 (Dynamic)>과 손다혜 작곡의 <단현지인>이 감동적이었다. 거문고의 소리는 고요함 속에서 중후한 울림이 오래도록 퍼지고 여운마저도 안아버리는 멋이 있는데, 이 두 곡은 여기에 더해 힘과 역동적인 느낌으로 힘차게 다가왔다. 힘차고 거센 폭풍우와 비바람, 거친 파도로 강하게 다가오고 힘 있게 박동 치는 느낌이었다.
거문고는 현악기이지만 타악기 같기도 하고, 비트와 내지름으로 힙합이나 락 장르의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이게 거문고를 위한 곡으로 현대의 ‘나’의 느낌을 담아내는 보편적이면서도 거문고의 맛을 살린 곡이라니! 거문고 작곡가, 작곡한 곡을 연주할 수 있는 단체, 그리고 우리 관객이 있어서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모르겠다. 1900년대 초 동요작곡으로 유명한 홍난파에게는 교향곡을 작곡해도 연주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없었지 않은가.
무대 연출과 조명도 멋스러웠다. 음악이 끝남과 동시에 조명 아웃! 감각적이었다. 부산거문고악회 회장이자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인 송다솔 연주자의 연출이라고 한다. 미적 감각으로 공연이 더욱 아름다웠다.
언젠가 한 번 연주회에서는 교수님이 함께 합주에 참여하셨지만, 이번에는 거문고 연주자와 학도들이 중심이 되어 무대를 이끌었다. 교수님은 다른 차원의 연주를 <명태>에서 보여주셨다. 오래도록 거문고악회를 이끌고 크게 번창하는 악회가 되어 우리에게 계속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