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애송이 인턴기자와 하드 트레이닝

Let's be hugged to 안기자

by 안이오

[EP3. 애송이 인턴기자와 하드 트레이닝]


말 그대로 애송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인턴기자였다.

포항에서의 본사 수습 기간을 마치고, 내가 근무해야 할 대구본부로 오게 됐다.

내가 근무하던 회사의 본사 시스템상, 수습 기간을 거쳤던 2주의 시간 동안 실무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저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출입처 응대 요령을 익히는 것이나 잠시 편집부 선배들에게 편집에 대해 설명 듣는 것, 간단한 보도자료를 기사 형식으로 고쳐서 ‘집배신 프로그램’에 올리는 요령 정도만 배웠다.

그런 상태로 이제 정식으로 매일 출근하고 근무해야 하는 대구로 오게 되니, 할 줄 아는게 거의 없었다. 그냥 아직도 군인인 것처럼 보고할 것들을 찾고, 어떻게 근무할지 계획을 세우고, 하다못해 사무실로 손님이 찾아오면 간단한 차실을 준비해서 가져다드리는 역할 같은 거라도 해야 했다.

다행히,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의 인턴 기자를 열정을 가지고 ‘빡세게’ 트레이닝 시켜주려 했던 선배들이 있었다.


먼저, 당시 대구지사장께서는 여러 지역신문사에서 근무하시며 잔뼈가 굵었던 언론인이셨다. 특히, 신규 기자 교육도 도맡아 하셨던 분이셔서, 자신만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나를 약 2주간 트레이닝 시키셨다. 기사를 쓰는 기초부터,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기삿거리가 되는지, 출입처에 나가서 물어보고 관심 있게 봐야하는 것 등 세세하게 알려주셨다. 사실, 다른 선배들은 오자마자 뭘 그렇게 빡세게 시키냐고 하셨지만, 내심 속으로는 그런 것을 원했다. 다는 빡세야 배울 게 더 많고,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나를 그냥 방치하지 않고 굴려주셔서 감사했다.


다음은, 대구본부장님과 부국장님, 차장님은 수습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나를 일주일씩 돌아가며 데리고 다녀주시면서 각각의 방식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인사를 소개시켜주시고, 취재하는 루트, 정보원의 중요성, 리드를 잡고 기사화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셨다. 무엇보다 일주일 내내 함께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도 사주시고 저녁 자리에도 불러서 소개시켜주셔서 참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가장 크게 도움을 많이 받은 분은 나의 직속 선배였다. 대구에서 오랜 시간 막내로 생활하셨던 나의 직속 선배는 내가 처음 대구본부로 오기 전 포항에 있을 때부터 본사 식구들에게 연락하여 나를 잘 챙겨주고 알려주도록 관심을 가져주셨다. 대구로 온 이후에도, 거의 주로 나를 데리고 다니시고, 내 기사에 대해 지시, 수정해주시며 호흡을 맞춰갈 수 있도록 지도해주셨다. 기자를 떠나 인간적으로 정말 좋고 감사한 분이었다.


직속 선배를 통해 알게 된, 직속 선배의 직속 선배(?)셨던 구미본부장님도 나를 많이 도와주셨다. 구미본부장님이 알려주신 방법으로 나는 매일 아침 9시 전까지 중앙지의 기사와 사설을 필사하여 찍어 보내며 기사 연습을 했다. 거의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사회, 문화, 경제, 사설 등 여러 형식의 기사를 필사해서 올렸다. 손으로 쓰는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사실 그 훈련을 통해서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충이나마 기사의 구색을 갖춰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후일담이지만, 내가 이곳에서 기자 생활을 좀 더 하지 않고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처음과 같은 ‘하드 트레이닝’이 더 이상 없을 것 같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더 배우고 싶고, 더 빡세게 훈련받고 싶고, 발전해서 다른 이들과 경쟁해서 뒤처지지 않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환경과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만큼 나는 이 시절의 배움이 소중했다. 지역 언론 환경과 지역의 여러 사안들, 각 부처와 부서별 주요 업무와 기사 작성을 위해 필요한 정보들, 작게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명함은 어떻게 주고 받는 것이 예의인지 등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그런 하드 트레이닝이었다.


기자를 그만둔 지 딱 1년. 나의 삶의 터전과 직업은 크게 달라져 있다. 하지만, 지금도 그때가 그립고, 그 사람이 그리운 이유는 아무것도 모르던 애송이 기자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훈련받으며 성장했던 그때의 나의 열정이 그립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음 화 예고) : EP4. 출입처 배정, 인생 첫 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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