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hugged to 안기자
[EP5. 기자협회 체육대회]
하루하루 기자로서 배워가며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기다리던 소식이 들려왔다. 대구경북 언론사들이 모여 개최되는 기자협회 체육대회가 진행된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사실 축구에 미쳐있었던 적이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의 절반 이상은 확실하게 축구로 내 삶을 정의할 수 있었다. 내가 말하면 신빙성이 없겠지만, 축구를 매우 잘했다. 학교에서 축구 제일 잘하는 사람이 누구냐 하면 대부분 나를 지목할 정도였다. 나는 축구를 매우 잘하고 싶어했고, 좋아해서 정말 미쳐있었다.
대학에 가서도 축구 소모임에서 항상 플레이를 해왔고, 아직까지도 그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군대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참모로서 역할하고, 인원 수가 많지 않은 부대여서 축구를 많이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만큼 축구를 무척 좋아했고, 꽤나 잘했다.
기자가 되고, 마땅히 축구할만한 곳이 없었다. 대구에 아는 모임이 있지도 않았고, 그나마 부대에서 종종하던 것도 전역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기자협회 체육대회에서 풋살 경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풋살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연습도 했다.
정말 설레었다. 하고 싶은 축구를 할 수 있고, 심지어 기자들과 함께 내가 속한 신문사의 이름을 걸고 축구 실력을 뽐낼 수 있다는 게 축구에 미쳐있는 굉장히 설레는 일이었다.
특별히, 주말에 진행되는 기자협회 체육대회는 내가 근무하며 종종 방문하던 제2작전사령부에서 진행이 되고, 지역의 각계 주요 인사들이 방문해 인사하는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니 더욱 자부심과 기대감이 찾아왔다.
체육대회 당일. 아주 좋은 날씨 속에서, 각 신문사 부스에 위치하며 기자들과 소통하고, 맛있는 간식도 먹고, 격려차 방문하는 각계 인사들을 볼 수 있어 무척 즐거웠고 신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즐겁게 했던 것은 풋살 경기였다.
아쉽게도 우리 신문사에서 함께 출전했던 선배들의 평균연령이 50대를 훌쩍 넘어, 게임이 될까 싶은 정도였지만, 상관없었다 내가 이기게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첫 예선전부터 몸을 날려가며 게임에 참여했다. 결과는 승리, 준결승전에서도 여러 골을 기록하며 라이벌 팀을 꺾고 팀을 결승으로 올려두었다.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전통적인 강호이자 막강한 전력을 가진 신문사와 만나게 됐다.
괜찮았다. 나의 목표는 달성을 했기 때문에 마음이 편했다. 그동안 내가 속한 신문사는 풋살에서 결승에 오른 적이 없다고 한다. 마지막 경기에서 지더라도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얻을 수 있었기에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예상대로 결과는 참패였지만, 회사 선배들의 이쁨을 받고 이목을 집중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체육대회를 기분 좋게 마치고, 썼던 수습일지는 아래와 같다.
“축구 잘하는 기자가 아니라 기사 잘 쓰는 기자로 평가받기 위해 노력하자.”
나에게 축구는 늘 무기였다. 남자 집단에서 선망받고, 친목을 다질 수 있는 무기였다. 별로 안친했던 이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준 무기였다. 나를 드러내고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만한 무기였다. 이번에도 그 무기를 잘 사용했다.
그러나 축구 잘하는 기자는 내게 아무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날 부로 축구만큼이나 기사를 잘 쓰고 기자생활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는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쉽게도 짧은 기자생활을 마무리할 때에도 그런 평가를 들을만한 정도로 실력을 키우지 못했고, 발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만큼 기자 생활에 진심이었음을 이 대목을 회상하며 감정을 정리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찾아온다.
(다음 화 예고) : EP6. 기자생활의 장점 : 만나게된 좋은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