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쌓이는 과정

애착유형과 변화

by 단여름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그는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가족까지도 완전한 신뢰를 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나를 만나고 달라졌다. 그와 나는 점차 쌓이는 신뢰를 바탕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다툼이 관계의 단절이 될까 봐 두려워했다. 그런 우리가 최근 들어 불안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아무리 감정이 상하고 힘들어도, 상황은 언젠가 좋아진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만들어나갈 노력 또한 병행하고 있다.


갈등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만의 일련의 매뉴얼을 만들었다. 회피형인 그에게는 '이별은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와 같이 회피요소를 없애는 생각을 아침마다 복기하도록 했다. 불안형인 나는 '그의 입장과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기.'처럼 조금 더 그를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생각하는 말을 되뇌었다. 이 행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행동강령을 만들었다.


싸울 때는 손을 잡고 차분하게 이야기 나누기. 갈등상황이 해결되면 가벼운 스킨십이라도 하기. 문제는 무조건 당일에 풀고 잠들기 등 우리만의 규칙을 하나둘씩 적용해 나갔다. 그와 나는 철학적이고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우리에게 현실적인 방안을 처음 도입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신선한 감정이 느껴졌다.


믿음은 과거의 우리처럼 둘만의 내면세계 확장에서도 생긴다. 이것은 느리고 잔잔하게 사람을 잠식한다. 당장 행동하고 숨 쉬는 간단한 활동에서 신뢰가 쌓이는 건, 빠르게 변화가 체감된다. 특히 IBCT라고 불리는 행동 중심 부부치료 방식이 이와 유사하다. 둘만의 규칙을 강령 삼아 변화를 만드는 것이 높은 정서적 치료를 불러일으킨다는 연구이다. 또한 <relationship maintenance> 논문 개념에 비롯하면, 사랑은 반복되는 실천으로 유지가 된다고 밝힌다. 반복적인 일상 속 행동에서 어릴 적부터 발현된 애착유형까지 변화하는 것이다.


믿음에 기반한 사랑은 두터운 관계를 만든다. 내적 교류와 현실적인 고충 해결이 합쳐져야 더 강한 신뢰가 쌓인다. 아무리 오래 만난 연인, 부부라고 할지라도 이 둘을 모두 채우기란 무척 어렵다.


상대와의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다면,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한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평생 다르게 살아온 사람끼리 맞춰가기란 누구나 쉽지 않다. 아무리 오래 본 사이라도 사람은 매번 변한다. 그렇기에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하다.


인연은 쉽게 오지 않는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내게 다신 없을 소중한 존재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차근차근 나아가는 길을 택해보자. 믿음이라는 튼튼한 다리를 바탕으로.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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